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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세상] 청개구리 울음소리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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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세상] 청개구리 울음소리를 기다리며

입력
200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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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이 2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얼마 전에 듣자니 북한의 가뭄은 삼일운동이 일어났던1919년 이래 제일 심하단다.그러더니 요즘엔 지난 300년 동안 최악이라고 하니 가히 밀레니엄적인 재앙이다. 새 밀레니엄의 벽두에 겪는 고난치고는좀 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이 새 천년이 한반도에 별로 따뜻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 걱정스럽다.

지난 주말 남쪽 지방에 갔다가 올 들어 처음으로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서울 근교에서도듣는 소리건만 금년엔 왜 그리도 반갑던지.

혹독한 가뭄에 가슴을 졸이는 것은 우리 농민들만이 아니다. 웅덩이에 물이 고여야 선남선녀들이 모여들수 있고, 그래야 함께 멱을 감으며 종족보존을 위해 섹스의 향연을 벌일 수 있는 것들이 바로 개구리들이다.

쩍쩍 갈라져 타들어 가는 논바닥을 바라보며허탈해 하는 농민들의 시름에 찬 얼굴을 보기가 애가 타는 만큼 나는 또한 비를 기다리며 버석버석 말라가는 개구리들의 피부를 떠올린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이 달 말경 장마전선이 올라와야 빗줄기를 볼 것이란다. 장마를 이처럼 기다려보기도처음이리라.

그런데 장마는 또 어떻게 맞이할지 걱정이다. 가뭄에 타는 땅을 적셔줄지 모르나 갑자기 너무 많이 쏟아지는 비를 또 어찌하랴.

비가너무 안 와도 걱정,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 이러고도 우리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거들먹거릴 수 있는가. 자연의 몽니에 속수무책인 우리자신을 한 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뭄에 홍수 얘기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지만 7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벌어진 경기를 관람하며일본축구이 수준 향상보다 시원하게 쏟아 붓는 비가 더 부러웠던 마당이니 비 얘기나 질펀하게 해 봤으면 한다.

개미는 장마를 예견한다. 장마가 오기얼마 전부터 낮은 지대에 사는 개미들이 높은 지대로 이사를 간다.

그래서 “개미들이 이사하면 장마진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그 작은 동물들이어떻게 먼 남쪽의 비 냄새를 맡을 수 있는지 생각할수록 신기할 뿐이다.

꼭 장마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아마존 열대에 사는 잎꾼개미들은 비가 많이 와 물이 불면 나무 위로이동한다.

물이 정말 많이 불면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불개미들은 아예 뗏목을 만들어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을 시도한다.

아무리 장마철이지만피부가 얇은 애벌레들은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뗏목의 가장자리에 두고 가끔 물을 추겨준다.

아예 물 속에 가끔씩 담그기도 한다. 그러나 여왕만은확실하게 보호한다. 뗏목의 한 가운데 자리를 만들고 안전하게 모신다. 그렇게 떠돌다 어딘가 땅 끝에 닿으면 다시 집을 짓고 새 살림을 차린다.

장마 얘기를 한다고 해서 홍수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개미들처럼 제대로 대비도 하지 못한 가운데 홍수를겪게 되면 그 또한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규정한 물 부족국가 스무 나라들 중 하나다. 특별히 국토의 상당 부분이 사막으로덮인 것도 아닌 나라로 물이 부족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예전엔 삼천리 방방곡곡에 물이 넘쳐흘렀던 것 같은데 어쩌다 우리가 이런 처지에 놓이게되었을까.

나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21세기에 우리 인류가 물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결코 새로운얘기가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 놓고 보면 늘 물 때문에 크고 작은 싸움을 했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종족들의 족장들은 대개 물웅덩이를 갖고 있는사람들이다. 물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보니 물을 가진 사람 앞에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물이 필요한 것은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동물들은 모두 물을 따라 이동하며 산다.

수맥을 찾는 데 특별한 재주를 지닌 코끼리들을 따라 다니는 동물들이 있는가 하면 세렝게티초원의 끝에서 끝을 끊임없이 물을 찾아 이동하며 사는 누라는초식동물도 있다.

물가에 가면 언제나 사자나 하이에나 같은 포식동물들이 있어 누군가는 잡혀 먹힐 줄 뻔히 알면서도 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하나의 강줄기에 붙어 살아야 하는 나라들 간에 물로 인한 분쟁이 벌어질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유럽의 다뉴브강과 동남아시아의 메콩강, 그리고 중동의 메소포타미아를 가로지르는 강들을 둘러싸고 역사를 통해 심심찮게 분쟁이있어 왔고 최근에 또 다시 긴장감이 감돈다.

우리나라의 강들은 다행히 나라 안에서 시작하여 나라 안에서 끝이 난다. 우리끼리만 마음을 모아 잘관리하면 된다.

하지만 슬슬 지자체들 간에 물다툼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같은 민족으로 그런 어리석은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두가함께 아껴야 한다. 하류에 있는 도시인들이 마실 물이라고 해서 상류에 사는 이들이 마구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물을 물 쓰듯 할 수 있는시절은 지났다. 21세기에 우리가 겪어야 할 많은 일 중에 물을 제대로 관리하는 일처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jccho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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