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근ㆍ현대 미술의 수준을 도약시키는 주요한 요소였다. 인상파 시대를연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는 아침ㆍ낮ㆍ저녁 시간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루앙 대성당을 통해 대중에게 빛의 존재를 알렸다.비디오ㆍ레이저 아티스트 백남준(58)씨나 일본 모노(物)파의선구자 곽인식(1919~1988)은 아예 빛의 물성(物性)을 자신의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고 집중적으로탐미했다.
회화, 설치, 사진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 중인 작가 3명이 우리 화단에 ‘빛’이라는 화두를 다시 한번 던진다.
한국화가성선옥씨는 수묵화 위에 홀로그램을 2~3장 배치하는 작업을 했고, 조각가 전준호씨는 전시장 전체를 일관된 빛의 영상으로 꾸몄다. 사진작가 이상희씨는카메라 없이 오로지 빛으로만 사물의 음영을 표현하는 포토그램에 도전했다.
13~19일 서울 공화랑(02-735-9938)에서 열리는 성선옥(덕성여대 강사)씨의 ‘레이저 아트’전은 레이저를 이용한 첨단 매체인 홀로그램을 과감하게 수묵화에 접목시킨전시회다.
신용카드에 흔히 사용되는 홀로그램은 1,700만 개 색상을 한 장의 필름에 담아 보는 각도에 따라 무수한형상과 색채가 명멸하도록 만든 첨단 매체.
작가는 현란한 색감의 홀로그램을 무채색이 압도하는 수묵화에 느닷없이 붙임으로써 파격을 꾀했다.
동양정신과 서양 물질문명의 결합일 수도 있고, 안정과 긴장의 대립일 수도 있다. 소설가 박인식씨는 전시작 ‘Sunny 21’을 “번화한 종로2가 한복판에 나타난 촌닭”이라고 재치있게 표현했다.
30일까지 성곡미술관(02-737-7650)에서 열리고 있는 전준호씨의 ‘관폭도(觀瀑圖)’전 역시 빛과 영상을 이용한 주목할 만한 전시회다.
옛 선비들이 천길 밑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보고 정신 수양을 했다는 관폭도를 염두에 두며 제작한 설치 작품 20여 점이 전시장 1~3층을 가득 메우고 있다.
눈 여겨볼 것은 각 층 전시장 중앙에 포물선 모양으로 세운 대형 스크린이다. 신체 부위를 폭포로형상화해 3층에는 머리, 2층에는 가슴, 1층에는 다리에 각각 물이 떨어지는 영상을 투사한 것이다.
3층에 전시된 설치작품 ‘잠자는 물’에는 작가 자신의 나신(裸身) 슬라이드 영상을 얼음 위에 비춤으로써 빛과 물이라는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을 시도했다.
중앙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사진작가 이상희씨는 더욱 직접적으로 빛을 탐구했다. 감광지위에 사물을 놓고 여기에 빛을 쏘임으로써 대상의 음영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포토그램을 대거 선보인 것이다.
사진기 없이 오로지 빛으로만 사진 효과를내는 역설에 도전한 셈이다. 12일까지 덕원갤러리(02-723-7771).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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