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최근 과기부장관에 가뭄대책을 보고하며 올해 인공강우 연구 기본계획을수립, 2007년 실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악의 가뭄으로 꼽히는 올 3~6월 강수량은 중부지역의 경우 평년의 11~30%에 불과했다. 예보기술은 좋아졌지만 기상조절엔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정효상(鄭孝相) 소장은 “21세기 삶의 질 향상에 기상조절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인공강우, 안개소산(疏散)기술 등연구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예보에서 나아가 악(惡)기상 조절로 도약을 선언한 셈이다. 인공강우란무엇이고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인공강우란
인공강우 연구는 구름 한 점 없는 쨍쨍한 날씨에 갑자기 비를 부르는 마술은 아니다.구름이 비를 내리지 않고 지나쳐 가거나 1~2방울 떨구고 마는 것을 비로 만드는 것이 인공강우다.
즉 구름은 있으되 빗방울로 뭉칠 만큼 충분치않을 때 항공기나 로켓으로 ‘비씨’ 를 뿌려 비를 만드는 기술이다. 비씨는 흡습제나 냉매.구름의 습기를 끌어 모으거나 얼려서 떨어지게 한다.
없는 구름을 만들기는 어렵다. 바닷물을 증발시켜 구름 대를 형성하거나 멀리 있는구름을 몰고 온다는 발상은 현재 과학기술론 만화적 상상이다.
그러나 비씨를 뿌리는 인공강우는 외국에서 이미 실용화했다. 미국은 1971년부터 텍사스,네바다 주에 항공기를 띄워 강수량을 20~30% 증가시키는 효과를 거뒀고 호주도 내륙지역에 10%의 비를 늘렸다.
또 러시아, 중국 등에서도 실제적용하고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실용화한 나라에선 비용이 톤당 3~15센트로 저렴하다.
■우리나라의조건
우리나라는 인공강우를 시도하기에 조건이 좋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구름이많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가뭄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이 시기 고기압대가 기류를 위에서 아래로 밀어 내리면서 구름을 흩어버리거나 또는 비가내리는 도중 모두 증발해 버리는 탓이다.
또 인공강우는 남의 나라에 뿌릴 비를 선수 쳐 빼앗는 셈이어서 국제분쟁을 일으킬수 있지만 우리는 3면이 바다여서 이러한 소지가 적다.
바람도 우리 편이다.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역에 속해 바람은 서쪽에서 불어오고동쪽에 산맥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산맥의 서쪽에서 비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적용하나
늦겨울부터 봄까지 지나가는 구름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이 시기 구름에 비씨를뿌려 강수량을 늘리고 댐에 저장하면 장마 전까지 갈수기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우리나라는 1년 내내 강수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가물다가 한꺼번에집중적으로 퍼붓기 때문에 6월말 장마 이후론 가뭄 걱정이 없다. 오히려 호우가 문제다.
기술이 실용화하려면 100억원대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구름이 있는 곳을정확히 추적하고 이 구름이 얼마나 많은 습기를 포함하고 있는지 성분을 조사한 뒤 비행기를 띄워 비씨를 뿌려야 하기 때문에 수십억 원의 전용기와구름 레이더, 수천만 원대 마이크로파 복사계 등이 필요하다.
또 구름이 이동하는 것을 수시간 내에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국지예보모델도 연구,개발해야 한다. 기상청은 2007년 실용화하기까지 총 연구비를 5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정책결단 필요
국내에서 인공강우 연구는 처음이 아니다. 1995~98년 ‘인공강우실험연구’로 항공실험과 지상실험을 각 8, 10회 실시했다.
그러나 전용기가 없어 필요한 때 구름에비씨를 뿌리는 실험을 제대로 못하는 등 지지부진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정부가 호우 때면호우대책을, 가뭄 때면 가뭄대책을 요구하기만 했지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고털어놓았다.
이번에도 기본연구 계획 수립에만 착수했을 뿐 내년 연구 예산 배정에 포함될지조차 모르는 형편이다. 정부차원의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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