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캐프리애티(25ㆍ미국)가 올 시즌 2개 메이저대회에서 연속우승하며 테니스여왕으로 우뚝섰다.4번 시드 캐프리아티는 10일(한국시간)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총상금 약 1,000만달러) 여자단식결승서2시간21분의 접전 끝에 메이저대회 결승에 처음 오른 12번 시드 킴 클리스터스(18ㆍ벨기에)에 2-1(1-6 6-4 12-10)로 역전승, 우승상금 56만달러를 받았다.
클리스터스의 허를 찌르는 포핸드 다운더라인 스트로크로 우승을 확정지은 캐프리애티는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아버지 스테파노와 오빠 스티븐에게 달려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캐프리애티는 “너무 행복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메이저대회를 연속으로 두번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캐프리애티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며 재기에 성공했다. 두메이저대회 여자단식을 연속제패한 캐프리애티의 쾌거는 1992년 모니카 셀레스(미국) 이후 9년만의 일이다. 특히 1시간17분 동안 계속된 이날3세트는 56년 프랑스오픈 결승전 이후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던 세트로 기록됐다.
세트스코어 1대1에서 3세트를 맞은 캐프리애티는 게임스코어 7-6에서 경기를끝낼 수 있는 기회를 서비스 실수로 놓쳤고 10-9에서 두번째 기회를 잡았지만 16번의 긴 랠리 끝에 다시 10-10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심기일전한캐프리애티는 다시 1게임을 따낸 뒤 맞은 세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타이브레이크 없이 진행된 일명 ‘마라톤세트’에종지부를 찍었다.
한편 남자복식에서는 재결합한 마헤시 부파티-레안더 파에스(인도)조가 99년 이후 2년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프랑스오픈 여단 우승 캐프리아티
1990년 14세의 나이로 프랑스오픈 준결승에 올라 세계테니스계를 깜짝놀라게 했던 소녀가 25세의 숙녀로 성장, 11년만에 그 대회에서 마침내 첫 우승을 일궈냈다.
‘무서운 10대’ 킴 클리스터스(18)의 거센 도전을 뿌리친 캐프리애티는 경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가족에게 달려갔다.
테니스스타는 커녕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조차 성장할 수 없었던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어 준 원동력이 바로 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캐프리애티는 90년 프랑스오픈에 이어 91년에는 윔블던과 US오픈 여자단식에서도 준결승에 진출하며 세계랭킹 6위까지 올랐고 마침내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우승,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여는듯 했다.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성공한 탓인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마약복용과 절도 등으로 방황하다가 94년 이후에는 아예 라켓을 놓아버렸다.
3년여 만에 복귀한 이후에도 한때 세계랭킹이 227위까지 떨어지는 등 좀처럼 실력을 회복치 못했으나 다행히도 곁에는 부모와 오빠가 있었다.
이들의 헌신적인 뒷받침에 마음을 다잡은 캐프리애티는 마침내 불가능으로 여기던 재기에 성공,지난 시절의 아픔을 깨끗이 씻어냈다.
우승컵을 들고 시상대에 선 캐프리애티는 모든 영광을 백혈병에 걸린 동료선수 코리나 모라리우에게 돌리며 쾌유를 비는 성숙해진 언행으로 감동을 자아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