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가뭄에 정치권도 바짝 정신을 차렸다. 여야 지도부와 대선후보 그룹 등이 정치성 일정을 취소하고 타들어 가는 가뭄 현장으로 앞다퉈 달려가고 있다. 가뭄 극복을 위한‘정쟁 중단’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앞장서 13일로 예정됐던 6ㆍ15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취소했을 정도로 ‘가뭄 쇼크’는 정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0일 경기 이천의 가뭄 피해 현장을 찾았다. 이 총재는 대형 양수기 5대를 기증하고 직접 농민들과 함께 물대기 작업도 벌였다. 민주당김중권(金重權) 대표도 11일 가뭄 지역을 방문한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10일 금오산 등반과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생가방문일정을 잡았다가 이를 취소하고 충남 괴산을 방문, 양수기 3대를 기증하고 물대기 작업에 참여했다. 이 최고위원 뿐만 아니라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 등도 눈에 띄는 정치 일정을 자제하고 있다.
6월 국회에 임하는 여야의 자세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10일 “당력을 가뭄극복 일손 돕기와 대책마련에 집중할 것”이라며 “정치권은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고 지혜를 모으자”고 말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도 “지금은 민ㆍ관ㆍ군이 총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전제, “국회에서는 물론이고 전 당원이 가뭄 극복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당내 당정 쇄신의목소리도 소강국면을 맞았다. 김 대통령의 국정개혁 구상이 발표될 13일 회견이 연기된데다 가뭄 정국의 한 복판에서 다시 도전하듯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득보다 실’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가뭄에 대한 총력대응이 ‘해갈’되고 나면 밀렸던 정치 쟁점들이 어떻게 재점화하고 풀려 나갈지는 그 다음의 문제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