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가 가뭄피해가 극심한 와중에 행정당국에 사전신고 없이 은밀하게 부모의 묘를 이장(移葬)한 것으로 밝혀졌다.10일 충남 부여군과 예산군에 따르면 김 명예총재의 장조카 등이 지난 8일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에 있던 김 명예총재의 부친과 모친 묘, 다른 조상묘 등 3기를 예산군 신양면 하천리 산막산으로 이장했다. 이날 이장식은 김 명예총재의 장조카와 소수의 가족이 주관했으며 김 명예총재는 참석하지 않았다.
예산군 신양면 하천리 박윤신(朴輪信ㆍ52) 이장은 “차령산맥 줄기인 산막산은 외지고 산세가 험하지만 명당 중의 명당이란 말이 전해오는 곳”이라며 “몇년 전부터 누군가 묘 이장을 위해 땅을 사려한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주인공이 JP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부여군 반교리 주민들도 “원래의 묘소도 명당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이 보러왔었다”며 “더 좋은 명당으로 이장했다면‘대권 대망론’ 등과 관련한 깊은 뜻이 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예산군과 부여군의 일부 주민은 “가뭄극복을 위해 농민과 지역 공무원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때에 정치지도자가 명당을 찾아 부모 묘를 이장하는 일이 합당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등 불만을 표시했다.
예산군은 농업용수원인 삽교호의 물이 줄어 공업용수원인 아산호의 물을 비상공급받고 있는 대표적 가뭄피해 지역이다.
게다가 김 명예총재측은 관할 부여군과 예산군에 이장에 필요한 신고를 하지 않은것으로 전해졌다. 부여군과 예산군측은 “이장과 관련한 신고를 받지 못했다”며 “소문을 듣고 면사무소 직원이 현장에 갔을 때는 이미 작업이 끝난 상태였다”고 밝혔다.
장사 등에 관한 법 8조3항은 “개장(改葬)을 하고자 하는 자는 시체 또는 유골의 현존지 또는 개장지를 관할하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각각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자민련측은 “8일 이장하자마자 예산군청에 신고를 마쳤다”며 “이장한곳이 왕기(王氣)가 서린 곳이란 풍문이 있어서 문중 어른들이 상의를 해 그렇게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김 명예총재의 부모 묘가 이장된 산막산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조부 묘가 있는 예산읍 예산리로부터는 16㎞, 이 총재의 10~17대조 조상 묘가 있는 신양면 녹문리로부터 8~9㎞ 떨어진 곳이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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