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지원하되 대주주 문책을"63% ▼‘대우자동차는 가격보다 조기매각에 무게를 둬야 하며, 현대계열사는 지원하되 대주주에 대한 철저한 책임 추궁이 전제돼야 한다.’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경제현안 전문가 의견조사에참여한 응답자들은 우리 경제가 불확실성의 상황을 조속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루하게 끌고 있는 사안들을 조기에 매듭짓는 것이 첩경이지만 나름대로원칙을 정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대우차의 경우 조속히 매각하는 것(50.4%)이 중요하며현대계열사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정부가 지원하되 대주주에 대한 철저한 책임 추궁이 전제돼야 한다(63.5%)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재벌ㆍ금융개혁 문제 ▦현대계열사, 대우차 처리방향 ▦공적자금 활용 ▦회사채신속인수제도 등 ‘5대 경제현안’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피력했다.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전문가들은 경기가 조기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부 내에서는 올 3ㆍ4분기부터 국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이 나오고 있으나 전문가들 가운데 회복시기를 3ㆍ4분기로 점친 응답자는 12.2%에 불과했다. 반면 80% 이상의응답자는 4ㆍ4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경기 회복 시기에 대해서는 그룹별 전망이 엇갈렸다.
민간경제연구소 그룹과 경제부처 관료그룹은 올 4ㆍ4분기에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각각 35.5%, 40.0%)인 반면 대기업 임원그룹은 내년 상반기(65.0%)에나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경기 처방에 대해서는 민간경제연구소 그룹과 관료그룹, 대기업그룹 모두 건설경기 부양과 재정확대, 금리인하 등 3대시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벌ㆍ금융개혁
전문가들은 재벌정책의 경우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입각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벌기업에도 조건부로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등 급변하는 국제적 환경에 맞춰 신축적으로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집단소송제의 경우 47.0%가 정부안대로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설문조사 대상 중 가장 객관적인 입장인 연구소와 교수그룹이 강행론에 기울었다.
재벌의 은행소유제한제도 철폐문제에 대해서는 60.9%가 ‘재벌의 사금고화방지 장치가 철저하게 마련된다면 철폐해도 무방하다’고 대답했으며, 10.4%가 ‘어떤 형태로든 소유규제는 철폐돼야 한다’고 응답하는 등모두 70% 이상이 제도 철폐를 지지했다.
▽현대계열사ㆍ대우차 처리
노조의 극렬한 반대 속에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대우자동차에 대해서는 ‘조기매각론’이 우세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축소되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에 연연하지 말고 조기 매각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정부ㆍ채권단의 현대 계열사 지원에 대해서는 18.3%가 ‘경제충격이 우려되므로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60% 이상은 ‘현대 계열사 지원에는 찬성하지만 대주주에 대한 책임 추궁이 미흡하므로 보완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중단 위기에 놓인 금강산 사업에 대해서는 58.3%가 ‘북한의 육로관광 허용, 관광대가 인하 등 전제 조건이 충족된다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적자금 활용
공적자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그동안 공적자금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공적자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고 앞으로 회수율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34.4%) ▦무분별하게 지원했다(29.0%) ▦수요 예측이 잘못됐다(14.0%) ▦책임 추궁이 미흡해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낳았다(16.1%)는 등 의견이 나왔다.
‘앞으로 필요하다면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해야 하는가’의 질문에는 52.2%가 ‘더 이상 추가 조성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한 반면 41.7%는 ‘추가 조성을 통해서라도 금융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회사채 신속인수
정부가 연말까지만 시행하겠다고 밝힌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대해서는 57.4%가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에다 통상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연장하면 안된다’는 대답은 40%를 차지했다.
그룹별로는 교수그룹의 63.2%가 연장에 반대한 반면 경제단체와대기업 임원그룹, 금융기관 임원그룹, 정부부처 관료그룹의 70% 가량이 연장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대조를 이뤘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6월 4~5일 경제전문가 11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미디어리서치 측은 유의할당추출법을 사용, 경제전문가를 8개그룹으로 분류한 뒤 10~20명의 표본을 할당해 조사했다.
그룹별 참여 인원은 ▦경제분야 교수 19명 ▦경제연구소 연구위원ㆍ책임연구원(박사)17명 ▦경제부처 관료 10명 ▦금융기관 임원 16명 ▦경제단체 임원 10명 ▦대기업 임원 20명 ▦중소벤처기업 임원 13명 ▦노동계 간부10명 등이다.
미디어리서치의 김지연 팀장은 “미리 표본을 설정한 뒤 전화와 팩스를 사용해 구조화한 질문지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최근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감안, 설문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해 조사결과의 신뢰도가 그 어떤 전문가 조사보다 높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현안대처 勞-財시각차
'5대 경제 현안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재계와 노동계가 집단소송제, 대우자동차 매각 등 이슈에서 첨예하게 대립, 눈길을 끌었다.
집단소송제의 경우 노동계그룹의 90%가 ‘즉각 전면적으로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했으며 10%는 ‘정부안대로 규모별ㆍ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은 아예 한 명도 없었다.
반면 대기업 임원그룹의 55%는 ‘집단소송제 실시를 상당기간 유보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 이 제도를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응답도 10%를 차지했다.
대우차 매각에 대해서도 재계와 노동계의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노동계그룹의 60%는 ‘대우차는 다소 지연되더라도 헐값으로 매각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공기업화나 국내기업 매각 등을 제시했다.
반면 경제단체 임원그룹의 70%는 ‘대안이 없으므로 가격에 매달리기보다는 조속한 매각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응답했다.
대우차 처리에 대해서는 채권단-GM간 매각 협상 결과에 따라 대규모 손실의 기로에 서 있는 금융기관 임원그룹과 보다 객관적 입장에 있는 교수그룹간 견해도 상이해 주목을 끌었다. 금융기관 임원그룹의 절대 다수인 62.5%가 ‘헐값이라도 조기 매각이 낫다’고 응답한 반면 교수그룹의 52.6%는 ‘다소 지연되더라도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공적자금에 대해서는 8개 전문가 그룹 중 경제부처 관료그룹만이 제대로 활용됐다고 응답해 주목을 끌었다.
1ㆍ2차 공적자금이 제대로 활용됐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관료그룹 중 70%가 ‘제대로 활용됐다’고 대답한 반면 금융기관 임원그룹의 68.8%, 교수그룹의 89.5%, 대기업 임원그룹의 90%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경제단체 임원그룹과 노동계 간부그룹 전원(100%)이 공적자금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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