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의 집안 싸움이 잦아들 기미가 없다. 일본 언론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장관과 외무성관료의 대립을 생중계 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의회는 의회대로 연일 이 문제를 따지고 있다.장관과 관료의 집안 싸움으로 외교가 마비되고 있다는 잇따르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외무성이 단결해 외교에 전념해야 한다”면서 중립을 지키고 있다.
집안 싸움의 직접적인 계기였던 인사동결 조치를 해제하도록 지시, 관료편을 들어주는 듯하다 “다나카 장관은 능력 있는 보배”라고 추켜세운다.
여론도 애매하다. 다나카 장관이 걸핏하면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고 의회 답변에 필요한 설명도 하지않는다”라며 직원들을 비난하는 장관 답지 못한 태도를 비판하는 한편 외무장관 회담의 내용을 언론에 줄줄이 흘리는 관료들의 본분에 어긋한 행위를동시에 질타한다.
다나카 장관은 7일 회담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직무상 비밀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의 규율에 어긋난다며조사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8일 조간 신문에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 구상을 비난한 이탈리아, 호주, 독일 외무부 장관과의 회담 내용 메모가 그대로 공개됐다.
외무성을 장악해온 하시모토(橋本)파의 뿌리를 뽑겠다는 정권의 이해, 고급 관료의 용돈으로 쓰였던 외교 기밀비를 둘러싼 싸움, 전환기 정치인과 관료의 자리 매김싸움 등이 얽혀 있다.
개혁과 보수의 두 얼굴을 한 고이즈미 정권. 그가 주창해온 ‘성역없는 개혁’이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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