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제3의 길'이 활짝 열렸다. 7일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은 그 동안 영국을 이끌어온 이념들 중 하나인 대처리즘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면서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새로운 개혁정책을 본격 추진할 수 잇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또한 1997년 집권하기 전까지 18년을 야당으로 지내면서 극좌로 흐르던 노동당이 토니 블레어 총리가 내세운 '신노동당'의 가치 아래 중도 좌파정당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하는 동시에 기존의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했다는 중요한 대목이다.
노조 제한과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했던 대처리즘이 실업과 불평등의 문제를 심화시켰으며,사회주의도 평등 만을 강조해 생산성 저하 및 비효율성 등 문제를 야기해왔다고 비판해온 블레어 총리는 앞으로 공공분야의 개입을 통해 영국의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 정부는 집권 2기중 세금감면과 함께 보건교육 교통 등 공공서비스에 대해 대폭적인 지원을 하는 등 좌우이념을 초월한 급진적인 정책을 과감하게 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세습제 상원의원을 폐지하는 등 제2차 상원개혁과 정부부처의 고질적 관료주의 타파를 위한 행정개혁도 추진력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블레어에게 복병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발등의 불이 유로화 가입 문제이다. 유세 과정에서 유로화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에 자신 있다고 정면 대응함으로써 화살을 피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국민 상당수가 유로화 가입이 경제적 주권의 포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선거 전날인 6일 국민 투표가 이르면 내년 가을에 실시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가 급락한 것도 앞으로 유로화 가입에 따른 경제의 불안감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유로화 가입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등 예상보다 반대가 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과거 영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할 때도 70%에 달하는 반대여론이 1년 만에 찬성으로 돌아섰던 전례가 있어 노동당은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장담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 결정 등으로 불편해진 미국과 유럽과의 사이에서 가교역을 자임해온 영국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낼지도 미지수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특별한 친분관계를 쌓으며 특별한 관계를 누려온 데 반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는 정치이념이나 정서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현재까지는 MD에 대해서는 미국에 대해 지지입장을 밝혔으나 유럽신속 대응군 문제에서는 유럽쪽으로 기울고 있어 내부적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최진환 기자
■영국 보수당 300년만의 최대위기
3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영국 보수당이 유례없는 총선 연패로 최대 위기를 맞고있다.
마거렛 대처 전 총리가 3기 연속 재임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전성기를 맞았던 보수당은 이제 윌리엄 헤이그(40) 당수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수직을 사임하는 등 새롭게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보수당을 지난 4년간 이끌었던 헤이그 당수는 노동당을 쇄신한 토니 블레어 총리에 맞서 정권탈환에 나섰으나 실패로 끝났다. 보수당 내부에서는 1997년 공약이었던 보건 교육 등 공공서비스의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方? 있다는 점을 물고 늘어져야 했으나 유로화 가입문제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득표에 실패했다는 책림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헤이그 이후 당을 맡아 정권을 다시 찾을 수 있을만한 인물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보수당의 고민거리이다. 대처 전 총리의 문하생이었던 마이클 포틸로가 차기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1997년 선거에서 자신의 엔필드 사우스게이트 지역구를 노동당에 빼앗긴 전력이 있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블레어 총리가 총선 압승을 기반으로 유로화 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앞으로 2년안에 또는 이르면 내년 가을 실시해 자신이 말한 대로 승리할 경우 이는 보수당에게 치욕이 될 것이며 그 책임은 헤이그의 후임자가 져야 할 형편이다. 당장 지도부 교체와 함께 미래전략을 짜야 하는 보수당이 어떻게 활로를 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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