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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웃음은 독단적 기성질서에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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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웃음은 독단적 기성질서에의 반란

입력
2001.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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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웃음이 없는 인생은 무의미한 공백이다’(대커리) ‘웃음에서 감정보다 더 큰 적은 없다’(베르그송) ‘울면 안 되는 줄 알고 무엇이나 애써서 웃어버린다’(보마르셰) ‘무엇을 두고 웃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품을알 수 있다’(파뇰)

예술가들은놀랍다. 범인(凡人)이 감정표출의 수단으로 짓는 웃음을 미학(美學)의 대상으로 고찰하다니.

웃음에 관한 명언을 남긴 수많은 예술인처럼 러시아의문학이론가 미하일 바흐친(1895~1975)도 웃음으로부터 생성력과 재생력을 찾아냈다. 바흐친은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1493~1553)의작품을 연구하면서 ‘웃음의이론’을세웠다.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민중문화’(대우학술총서507권)는 바흐친이 생전에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한 두 권의 책 중 하나다.

다른 한 권은 1929년에 펴낸 ‘도스토예프스키 창작의 제문제’(1988년 정음사 발행).‘프랑수아라블레…’는출간 3년만인 1968년 영어로 번역되면서 바흐친의 명성을 전세계에 알린 문제작이 됐다.

바흐친이바라본 라블레의 웃음은 기성 질서에 대한 반란을 의미한다. 라블레에게 기성질서는 그가 속했던 중세의 암흑이었다.

바흐친은 라블레의 소설 속에서중세의 엄숙하고 공식적인 문화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는 민중의 카니발을 발견한다.

이 카니발은 떠들썩한 웃음으로 가득찬 짧은 축제로, 성스럽고 경건한교회가 보지 않고 듣지 않으려는 것들을 복원했다.

성직자가애써 무시했던 비천한 어릿광대와 익살꾼, 난쟁이, 절름발이들이 축제기간만큼은 화려한 주인공이 됐다.

숨막힐 듯한 사회의 틈새를 비집고 터져 나온웃음의 축제는 왜곡된 삶의 일시적인 출구였다. 엄격한 교회의 축일이 세계 질서의 불변성과 영원성을 희구했다면, 카니발은 이 모든 공식성을 일시적으로파기하면서 진정한 인간 관계를 회복시키는 발효소가 됐다.

‘프랑수아 라블레…’가 문제작이 된 것은 출간 당시 구소련 체제에대한 정치적 탄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기성 질서가 독단으로 빠져들 위험성이 상존하는 한 바흐친의 웃음론은 언제나유효하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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