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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한발앞선 '생명윤리'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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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한발앞선 '생명윤리' 보도

입력
2001.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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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을통해 현재의 우리 삶을 해독해낼 수 있기만 해도 신문 읽을 가치로는 충분하다. 그러나 가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리 모습을 엿보게 할 뿐만 아니라 그 미래를 결정할 책임이 바로 우리에게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기사가 있을 때 독자로서 경이로움을 느낀다.바이오공학 또는 생명공학의 발전 추이가 단지 과학 전문가의 관심사에 그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무엇보다 그것은 경제적 부의 새로운 원천이다. 그리고 철학적으로도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인간 정체성(正體性)문제에 관한 기존의 통념을 뒤엎을잠재력을 가졌지만, 아직 그 진상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미개척 연구분야이기도하다.

하지만 이런 전문가 독점 영역이 하루하루를 먹고 사는 신문의전폭적인 주목을 받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주간 한국일보는 마치 기획이라도 한 듯이 며칠 상간으로바이오 공학에 대한 기사와 특집 대담을 1면과 전면에 싣고 있다.

5월28일자 1면은 ‘바이오 공학의 미래, 특허戰서 지고 있다’(김희원 기자)는 제목의 박스 기사를 좌상단에 지면 톱으로 올리고 있다.

북·미 핵미사일 협상이라는 굵직한 현안이 있음에도 “국내의 유전자 특허출원은 내국인이 외국인에 비해 양적으로열세고, 질적으로도 대부분 개량특허에 머무는 등 뒤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이 분석 기사는 바로 옆의 미스 코리아 진의화려한 사진에도 불구하고 신문 편집진의 안목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수작이었다.

이틀 뒤인 5월 30일에도 ‘동물복제실패율 높은 원인 세계 첫 규명’(김희원 기자)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생명연구원의 한용만 박사팀이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유전학)’에 체세포가 갖는 근본적 한계로 인해 복제수정란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한 쾌거의 사실을“與 초·재선 14명 한밤 회동”이라는 답답한 사실과 똑같은 비중으로 보도하였다.

그러나무엇보다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6월 4일 18∼19 양면 전체에 실린 ‘생명윤리법안좌담회’ 특집이다.

생활과학부 한기봉 부장 사회로 진행된 이 좌담은 지난 5월달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생명윤리기본법 기본골격안’을 발표한 이래 생명공학 발전에 대한 윤리적 규제 한계선을놓고 치열하게 벌어진 논쟁을 총괄하는 성격을 띤다.

양면 전체에 걸쳐 각기 찬반을 대표하는인사들을 사진으로 부각시키면서 각각의 논지를 요약함으로써 생명공학에 대해 과학적 발전성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조작을 거부하는 인간 존엄성을 우선할것인가를 둘러싼 논지가 선명하게 부각되어 관심 있는 독자들이 사태의 진행과 실상을 아는데 참으로 시의적절하였다.

하지만이 좌담기사의 압권은 19면 오른쪽 위에 이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을 스케치한기사이다. 정치권 전체가 나서 생명공학에 걸린 각종 현안들을 다각적으로점검하고 국가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나서도 상당히 때가 늦었다.

그런데이 촌평 기사는 정계에 대해 “오히려잠잠 … 단일안 없어”라고찔러 우리 정치의 한심한 수준을 어떤 정치부 기사보다도 실감나게 집어내고 있다.

어느면에서 우리의 허술한 점을 과감하게 드러내고,문제점을 솔직하게 지적함으로써 위와같은 기사들의 진가가 살았다고 한다면,한국과 프랑스의 컨페더레이션 컵개막전 보도는 월드컵 주최국의 언론답지 않게 옹졸하다.

특별취재반까지 내려보낸 관전기사였다면차라리 1면에 쓰지 않은 것이 나았을 것이다. 1면 오른쪽 아래 참으로 작은 글씨로 ‘한국 佛에 0-5 참패’라고혹이나 누가 볼까 봐 적어놓은 것은 한국일보의 선굵은 보도태도에 웃지 못할 흠을 남긴 듯해 당혹스러웠다.

홍윤기·동국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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