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영화나 만화와 같은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매체입니다.”그에게 술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이었던 모양이다. 무인도에 갇힌 두 남자가늙을 때까지 서로 쳐다보지 않다가 낚시로 술을 건진 이후에야 말문을 트고 술 마시며 친구가 되는 것처럼 (‘술꾼’ 중 ‘친구가 되기 위하여’).
최근 ‘술꾼’이란첫 만화 작품집을 내고 문화관광부 주최 ‘오늘의 우리만화상’ 을 수상한 이은홍(41)씨.
오랜 세월을 사회와 화해하지 못했던 그가 ‘술꾼’을 통해 우리 사회에 건배를 제의했다. 서민들의 진솔한삶을 함께 이야기 하자고 말한다.
홍익대 동양화과 출신인 그는 그 시대 청년의 표상처럼 강의실보다는 거리를 택했다. 인천공단 노동자로 지내다 노동운동단체의기관지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운동권 공식 만화가’로 세상과 맞섰다.각종 노보에 그린 ‘삐라 만화’가 수천편이다.
‘술꾼’은 아버지 술 심부름을하던 시절 맛봤던 술 맛, 술을 통해 아내를 만나게 된 사연 등 자전적 이야기와 술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그리고있다.
술 한잔 하는 반가사유상을 그린 카툰(‘해탈을 위하여’) 에는 해학이 넘치고,소주 한 병 무게 밖에 안 되는 서민의 저울량(‘무게’)에는 애달픔이 가득하다.
6개월 동안 구치소 경험을그린 만화에는 식빵과 요구르트로 막걸리 담그는 방법도 소개해 흥미롭다.
물론 그는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다. 주량은 소주 2병. 정신이 잃을 정도로마시지는 않는다고 한다. “정도가 넘치지 않는다면 술은 타인의 내면과 만나는 멋진 통로입니다.”
그의 술꾼들은 같은 일산에 사는 소극장 학전 대표 김민기씨 , 김창남 백원담성공회대 교수 등이다. “창남이나 원담이는 한 수 아래인데, 민기 형한테는 못당해요.”
자기 뿌리에서 다시 출발한 그의 만화는 어디로 향해갈까. “만화의세계를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만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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