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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상선 침범' 정부대응 문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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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상선 침범' 정부대응 문제점은...

입력
200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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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북한 상선의 제주 해협 침범 직후 나온 정부의 무해통항권 인정은 남북화해 추세에 따른 ‘즉각적인’ 결정이었다. 북한 상선들은 이튿날 계속해 영해를 무단 침범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결정을 무력화시켰다.북한은 5일에는 태도를바꿔 우리측 결정에 호응하는 듯한 자세를 보여 일단 상황은 정리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소강상태인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단기적 목표에 집착, 대북정책 신뢰성 상처라는 큰 손실을 입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일 긴급 소집된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의 ‘즉각적결정’은 여러가지로 재고해 볼 대목이 많다.

▦NSC 상임위결정의 문제점

NSC 상임위는 북측의 영해침범이라는 규범파괴 행위를 처리하는데 있어 기존 질서(유엔사교전규칙 등)를 잣대로 들이대지 않고 새 규범(국제법상의 무해통항권)을 적용, 사실상 규범 파괴를 인정했다.

고려대 유호열(柳浩烈) 교수는 “NSC 상임위는 유엔사 교전규칙을 어길 경우 이를 기준으로 일단 대응해야 한다”며 “그런연후에 새로 조성된 상황을 고려해 무해통항권 등 전향적 조치를 내놓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책의안정성과 직결된 이런 논리적 모순으로 ‘선(先) 남북합의, 후(後) 합의시행’이라는 정상적관행이 지켜지지 않았다. 유 교수는 “북측 상선의 영해침범 후 북방한계선(NLL) 침범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는데 정부가 무행통항권만을 잣대로 들이댄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나아가 대북문제와 안보문제가 중첩되는 사안들을 NSC에서 종합적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대북정책측면만이 부각돼 단선적 결정이 이뤄지는 NSC의 운영ㆍ구조 문제도 언급했다.

▦균형감각의 부족

제성호(諸成鎬) 중앙대 교수는 “무해통항권 인정과 동시에과거 북한 영해에 들어가 억류된 납북어부 등의 문제, 남측 상선이 북측 영해에서 무해통항권을 인정 받을 수 있는 방안 등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남북의 형평성은 과거 상황과 현 상황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균형감각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남측이 무해통항권을 일방적으로 인정하다 보니향후 협상에서 남측 선박의 북측 영해 통항권을 얻어내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북한이 해운협상에 응하지 않고 무단침입을 재시도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측 선박의 해안 정찰행위 판단 기준, 통항 사전통고절차 등 구체적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이 생략돼 안보와 남북협력을 세심하게 고려하는 안목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정책 신뢰성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차관은 “소강 국면인 남북관계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대처한 측면은 이해할 수 있으나, 대북정책의 가장 큰 목표이자 수단인 국민의 신뢰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안보차원의 문제를 대북정책 차원에서 접근하는 과정에서 단기적 목표에만 집착했다는 평가다.

이번 사안이 이번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단기적 목표는 더욱 초라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대화 재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남측 당국의 입장을 십분 이용, 북측이 무리수를 관철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해운합의서에 담을 내용은..

북한 선박들의 우리 영해 무단통과를 계기로 남북간 해운협정(또는 합의서) 체결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상선통항 등 해운분야에서 남북간 협력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다며 상호 무해통항이 인정되면 경제적 실리는 물론, 남북 화해협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정부는 올 초부터 북측과 선박운항 및 항만시설 이용 등에 관한 해운합의서(국가간 체결시는 협정) 체결 방침을 세워놓았다. 남북교역이 늘면서 지난해부터 양측간 각종 해운분쟁이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측은 지난해 11월초 인천-남포를 운항하는 우리측 특정 선박의 입항을 거부, 물류 운송이 2개월 넘게 중단되기도 했다.

정부가 구상 중인 해운합의서에는 국제법적인 관례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 3가지 핵심 내용이 일단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무해통항권이다. 제3국에 대해 인정하는 제주해협 무해통항권을 북한에도 적용하는 대신 국제법상 통용되는 상호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가령 인천_남포 해로에서 우리측은 지금까지 서쪽 공해로 빠져나간 뒤 북한 영해로 들어가는 '자우회로'를 택하고 있지만 이를 북측 영해를 관통하는 단축해로로 바꾸고, 인천_중국 다롄(大連) 해로도 직선으로 하자는것이다.

두 번째는 남북간 특별해로를 지정, 양측이 공동 관리하는 것이다. 남북이 서로를 국가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로 보고 있으므로 상대방 항구를 ‘내항’으로간주해 외국 선박들이 이용할 수 없는 특별해로를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선박 운항횟수와 선박회사 등은 합의해 선정한다.마지막으로 내국민 대우다. 별개의 국가가 아니므로 양측 항구에 입항하는 상대방 선박회사와 선박들에 대해 내국민과 같이 저렴한 비용으로 항만시설을 이용토록 하는 것이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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