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문ㆍ사회ㆍ자연대 학장들이법ㆍ의ㆍ경영학 등 실용학문 분야의 학부과정을 없애라고 총장에게 건의한 일은 우리 대학과 교육당국의 기초학문 홀대가 어느 수준인지를 짐작케 해주었다.이 ‘사건’은 실용학문 분야만 우대한다는 이유로 지난 달 이기준(李基俊) 총장의 대학 운영방식에 정면도전해총장퇴진까지 거론한 3개 단과대학 교수 성명서 파동의 연장선상에 있어 충격파가 한결 커졌다.
뿐만 아니라 교수 9명을 대학원에 빼앗기고 신규 모집마저비토당한 데 격앙된 사범대 교수와 학생들이 총장을 사법당국에 고발한 사상초유의 사태와 이어져 더욱 술렁이는 분위기다.
학내문제로 인한 교수들의 집단행동도서울대 역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추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학문간의 상생을 위해 법ㆍ의ㆍ경영학 학부과정을 없애고, 선(先)기초 후(後)실용 체제로 바꾸라는 주장에 용훼(容喙)할 생각은 없다.
대학당국의 말처럼학제개편은 사회제도와 깊이 관련되어 있어 간단히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죽하면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하겠느냐는 정황론에 유의하지 않을 수없다. 충분히 그럴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새 정부 들어 신자유주의 기치아래 돈 되는 실용학문만 중시하고, 대학개혁이란 명분으로 채색된 학부제와 신입생 모집단위 광역화 조치로 지금 인문학과 기초과학 분야의 토대가 무너져가는 것은 전국 모든 대학의 공통현상이다.
실용주의 일변도의 교육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강압에 부응해 서울대 본부가 기초학문 분야를 심하게 차별대우하고있다는 주장은 서울대 교수협의회의 지원성명으로 입증되고 있다.
정부와 서울대 당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기초학문이 모든 학문의 토양이요 뿌리라는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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