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까지 흥청망청할 순 없잖아요”추석과 설날을 빼곤 연중무휴인 전국의 룸살롱 단란주점들도 현충일인 6월6일만은 일제히 문을 닫는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현충일 휴가는 이날 하루만이라도 순국선열의 뜻을 기려 흥청망청 마시고 취하는 결례를 자제하자는 뜻에서 20여년전부터 생긴 이 바닥 전통. 법정 공휴일도 없는 이들에겐 설날, 추석과 함께 3대 휴일인 셈.
서울 강남구 신사동 B룸살롱웨이터 이모(36)씨는 “유신 말기 또는 5공정권 초기 세무서가 이날 하루 쉬도록강제 종용한데서 비롯된 관행이지만 지금은 순국선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이날엔 손님도 없다”고 말했다.
익히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춤꾼과 ‘주당’들도 5일 밤에 이틀치를 한꺼번에 해치워 유흥업소들은 ‘현충일 전야’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유흥업소들의 현충일 ‘자숙’의 양태도 가지각색. 서울 강남의 B룸살롱은 통큰 사장 덕에 종업원 70여명이 6일 오전 단체로 1박2일 제주도 관광을떠났고 L단란주점 종업원은 태국에서 현충일을 맞았다. 강남지역에서 단란주점 3곳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과음하기 마련인 여종업원들에게 집에서 하루 푹 쉴 수 있게 배려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현충일이면 약속이나 한 듯 속초로 떠나 일대 교통이 마비되고 민박집까지 동나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며 “요즘은 행선지가 제주도, 동남아 등으로 광역화했다”고 귀띔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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