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막강한 권력자로 만드는 것은 인사권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나라의 중요한 자리는 기백에 달한다.그 중요한 대통령의 권한행사 문제로 한동안 여권 내부에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아이러니다.
■ 대통령도 사람이므로 그 많은 자리의 적임자를 알아낼 재간은 없다. 대통령의인사 보좌시스템은 그래서 필요하다. 통상 비서실내에 그런 보좌시스템이 있게 마련이다.
비서실 외에도 안기부 기무사 등 정보기관에서 기능의 일부를담당한 때도 물론 있었다. 어떤 대통령의 경우는 사람을 고르고 쓸 때 공적 조직보다 사적 조직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른바 비선(秘線)의활용이다. 말은 비밀스럽다고 되어 있지만 대개의 경우 비선의 정체는 쉽게 알려진다. 그런 것도 권력의 속성 중 하나다. 지금 이 정권에도 비선이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독특하다. 새사람을 발굴하기보다 아는 사람을 쓰는경향이 뚜렷하다. 이 정권의 요직에 발탁된 사람은 거의 김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DJ 수첩’ 에 적혀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안동수 전 법부 장관도따지고 보면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이 그를 천거한 사람 등을 문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앞뒤 정황으로 보아 그를천거한 사람은 김 대통령 자신일 가능성이 크다. 김 대통령도 엊그제 그 비슷한 말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서실이 이번 인사파문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천거는 아니라도장관직에 앉을 사람인지 아닌지 스크린 할 책임은 비서실에 있다고 봐야 한다.
동교동 출신의 한 사람이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며 쓴 소리를 한 것도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된다. 국가나 기업이나 경영의 측면에서 볼 때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진실이다.
얼마 전 말은 늘 그렇게 하면서 실제는그렇지 못해 “인사가 망사가 됐다” 고 우스개 거리가 됐던 사람이 있기는 하다. 만사가될지 망사가 될지, 앞으로의 청와대 보좌 시스템을 주목한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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