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무해통항을 허용키로 한 데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긍정론자들은 남북 화해국면을 진전시키기 위한 선택이라며 정전협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무해통항 허가를 통해 남북간 상생과 평화체제 이행을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반면 비판론자들은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침범에 이은 북방한계선(NLL)통과를 지적하며, 의도가 있는 북측 도발을 막기는 커녕 안방인 영해를 내주는 성급한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우리의 영해 개방은 북한영해개방과 상호 연계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백진현(白珍鉉) 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국제법)
무해통항권은 평상시 국가간에 적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적대상태가 지속되는 준전시 상황의 남북관계에 교과서적으로 대입할 수 없다. 북한 선박의 무단 침범은 상당히 심각하다. 우리는 북한의 영해 뿐 아니라 경제 수역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영해 개방은 상호적으로 이뤄져야 형평성에 맞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결정은 성급하고 문제가 있다. 사전통보 때 긍정 검토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사전통보는 잘 지켜지지 않는경우가 많아 실효성도 없다. 우리 영해를 다 열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성호(諸成鎬) 중앙대 교수(법학)
일반 국제법상 무해통항권은 인정되나 남북관계는 특수관계이다. 별도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마땅하다. 북한이 무해통항을 요구하면 우리도 북한에 대해 상호주의를 주장해야 한다.
북한은 서해교전 이후 정전협정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번 무해통항 문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슈화, 대미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카드로 쓰려는 것 같다. 정전협정이 남북간 해양관할권과 이용에 제약을 가하고 있음을 부각시켜 이를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시위를 하는 것이다.
▦이항구(李恒九) 통일연구회 회장
정부가 조급하게 서두르는 듯 하다. 북한 선박의 무해통항이 안보상 우리에게 해를 줄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군당국과 여야 정당,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야했었다. 남북관계가 개선됐다지만 영해를 일방적으로 개방할 정도는 아니다.
또 무해통항 허용은 정전협정에 영향을 주고 정전협정은 북한과 유엔군이서명했다. 정부가 무해통항 허용을 결정할 때는 유엔군측과 협의를 했어야 한다. 북한은 6ㆍ15 선언 1주년을 앞두고 평화 분위기를 이용, 남측에6ㆍ15 선언의 성과를 과시하면서 남측과 미국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영해를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李鍾奭)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제주해협 무해통항은 정전협정에 들어있는 내용은 아니다. 다만 유엔군이 정전협정에 기초, 이를 관리하기 위한 지침으로서 북한 선박의 영해통과를 막아 온 것이다. 따라서 안보환경이변하고 남북관계가 진전됨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한 부분이다.
무해통항을 허용,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안보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바람직하다. 북측선박의 남측 영해 통과는 6ㆍ15 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남측이 자신들과 계속 화해 협력을 할 의사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북한식 의사 타진인것 같다.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북한정치학)
남북관계는 휴전 상태를 담은 정전협정과남북기본합의서 및 6ㆍ15 공동선언이 중첩돼 있다. 무해통항을 단순히 휴전 체제, 교전 당사자라는 측면 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무리다. 이는 휴전 상태와 경계선을 규정한 정전협정 문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이다.
또 이번에 북측 선박이 제주해협을 통과한 뒤 서해 NLL로 북상했지만 서해상의 남북 경계선과 관련된 NLL문제와 무해통항은 다른 사안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항만 갖고 북측이 북미관계를 노리고 감행한 행동이라고 확대해석을 하기에는 이르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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