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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건망증' 30~40% 치매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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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건망증' 30~40% 치매로 발전

입력
2001.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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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달 전 김칫독을 씻으려고 아파트베란다에 내놓았지요. 까맣게 잊고 있다 5월 말에야 김칫독을 발견했어요. 구더기가 잔뜩 끼어있더군요.”#2 “숨겨놓은 예금통장이 어디 있는지한 달째 생각이 안 나요.”

#3 “차를 몰고 백화점에 갔다가 물건을사고는 그냥 택시를 타고 왔어요.”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 저하로 경험하게 되는 이같은 해프닝을 놓고 심각한 질병으로 여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신의학계는 이제까지 일반적인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던 노인들의 건망증(학술명:노인성 기억장애)이 치매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다.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건망증 증세를 보였던 많은 노인들이 치매로 진행됐다는 사실을 속속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학계의 관심을 반영하듯, 올해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노인성기억장애’(AAMI: age-associated memoryimpairment)를 주제로 삼았다.

아직 정확한 진단 기준도 확립돼 있지않고, 통계도 없으나, 전문가들은 AAMI환자 가운데 가벼운 인지손상(MCI)으로 분류되는 환자의 30~40%가 치매로 진행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연병길 한림대 의대 교수가 노인정신의학회에서 외국 통계를 바탕으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AMI환자 503명을 2년 간 추적한 결과, 40%가 알쯔하이머병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서국희 교수는“AAMI에 걸린 환자들은 기억력, 학습 능력, 주의력, 집중력, 사고 능력, 언어사용 능력, 기타 정신기능이 저하된다”면서 “치매에 걸리면 현저하게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켜 모든 사회활동을 중단하게 되지만, AAMI에 걸린 환자들은 사회활동은 지속해 나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자신도 질병으로 심각하게 자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AMI는 60대 이상 고령에게 나타나는게 일반적이지만, 40대 후반에도 나타날 수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건망증 증상이 심한 편인데, 기억력과 연관이 있는 에스트로겐 호르몬 분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기억력이 감퇴하고, 우울증이 발생하게 된다.

AAMI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법 역시 아직은 정립된 것이 없다. 서서히 죽어가는 신경세포를 재생시키는 약물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국희 교수는 “아직까지 인지 기능을 개선할수 있는 탁월한 약물은 없지만, 기억력 장애가 아세틸콜린의 부족에서 발생한다는 이론에 따라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하는 타크린, 도네페린, 가란타민등을 복용시킨 결과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외국의 역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올리브유 같은 불포화 지방산을 다량 포함한 지중해식(이탈리아 남부) 식사, 카페인, 딸기, 시금치 등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 비타민 B6,B12, 은행나무 잎에서 추출한 징코 비로바(Ginkgo biloba) 등이 AAMI 증상이 있는 건강한 노인에게 좋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송영주 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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