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산북면 사불산(四佛山)윤필암(潤筆庵). 태백산 자락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이 암자는 수덕사 견성암, 오대산 지장암과함께 3대 비구니 선원으로 꼽히는 곳이다.주위의 험한 산세조차 비구니들의 정갈한 독경 소리에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아름다운 도량이다. 창작에 지친많은 작가들은 이곳을 찾아 안식을 찾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돌아갔다.
14일까지 서울 학고재화랑(02-739-4937)에서 열리고 있는 ‘사불산 윤필암-꽃보다 아름다운 스님들의도량’전은 이 곳과 소중한 인연을맺은 작가 17명의 그룹전이다. 저마다 소중하게 간직한 윤필암과의 인연을 평면과 조각이라는 시각 이미지로 담아냈다.
참여 작가들은 최경한 서울여대 명예교수, 송영방 동국대 예술대학장, 오경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오병욱 동국대 교수, 서양화가 이만익씨 등 국내 미술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주요 작가들이다. 이들은 3월말 우찬규 학고재 대표의 제안으로윤필암을 다시 찾아 인연을 반추했다.
가장 극적인 인연을 가진 작가는 설화 이미지를 굵은 선으로 표현해온 이만익씨다. 20여년 전 그가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머리결과 눈동자가 유난히 검어 눈길을 끌었던 여학생이 지금의 탁용(卓勇) 주지스님이다.
그는 이 인연과 비구니 암자의 적요함을 그린 ‘적(寂)’과 윤필암 정취를 담은 유화 1점을 출품했다.
송영방씨는 10여년 전 이곳에서 4면 석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환상을 보았다. 신라시대 것으로 보이는빨간 비단보자기에 싸인 석불이 영롱한 기운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오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환상. 그는 이 이미지를 장지 위에 수묵으로 그린 대형 담채화‘천강사불(天降四佛)’에 담았다.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를 사용한 추장적 작품 ‘윤필암’을 내놓은 김태호 서울여대 교수는 윤필암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10여 년 전 사불산 부처님을 처음 뵙고 산길을 따라 내려올 때 동행한 오원배(동국대 예술대 교수)가‘기념식수라도 하고 가지’라고 했다.
그때 뒤에서 걸어오던 탁용스님의 낮은 중얼거림이 내 귀를 스쳤다. ‘무얼 남기고 가려 해? 밥이나 먹고 똥이나 싸고 가지.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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