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민간선박에 대해 제주해협의 무해 통항을 허용키로 한 것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적극적 조치로 풀이된다.이번 방침은 북측의 사전 허가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남북이 비군사적 분야에서 상생하는 방향으로 화해협력 정책을 보다 폭넓게 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시미 행정부 출범 후 답보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를 풀어보자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안보를 최 우선시 하는보수 층의 반발도 불러 올 수도 있다. 비록 상선이라 해도 여전히 적대관계인 북측의 선박에게 우리의 안방인 영해를 전격 개방함으로써 안보상의 위협가능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동안 정전 체제를유지하고 있는 남북관계에서 국제법 질서인 무해통항권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안보상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남북이 상호 합의하는 선에서 금강산 관광선 운행, 신포 경수로 건설, 인천-남포간 항로운행 등 민간 차원이나 비군사적인 부분에서 남북간 해상 통행을 인정해 왔다.
적대 관계 이면서도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 남북관계의 양면성이 반영된 측면이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도 상호 거부감이덜한 민간영역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끌어 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국방부도 성명에서 “북한 상선이 쌀등 생필품을 선적하고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은 점,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영해통과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상선의 무해통항문제 등 국제 법적인 영역에까지 남북간 접촉을 확대하려 들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파장은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 안보상 해를 주지 않는다’는 측면을 적극 해석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적대상태로 묶어 놓은 정전협정의 변화까지 거론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교전 당사국이자 군사적으로는 적국인 북한에 대해 국제법의 제3국 지위를 서둘러 부여함으로써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북측은 제주해협을 ‘김정일 장군이 개척한 해로’ 라고 내세우며 일방적으로 침범했는데도 정부가 단호히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정전협정을 허물었다는 지적을 받을수 있다.
문제는 북측이 우리의 이 같은결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제주해협을 통과한 북측 상선이 유류 절감 등을 이유로 민감한 북방한계선(NLL)을직접 통과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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