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앞으로 제주해협 통과를 원하는 북한 상선이 우리측에 사전통보나 허가요청등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할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방침을 확정했다.이는 한국전쟁 휴전 이후 처음으로 북한 선박의 우리 영해 통과를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어서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 대책 등을 논의한 후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황의돈(黃義敦ㆍ육군준장) 국방부 대변인이 밝혔다.
황 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 “북한당국은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향후에는 사전통보 및 허가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사전통보나 허가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북한상선에 대해서는 제주해협 통과를 사실상 허용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황 대변인은 이어 “제주해협을 무단 통과한북한 상선은 쌀과 소금 등 생필품을 싣고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고,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을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번에 한해 영해통과를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황 대변인은 “제주해협은 무해(無害)통항권 지역으로 제3국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항해를 인정해 왔다”며 “이번북한 선박의 경우는 과거에도 전례가 없었을 뿐 아니라 사전통보 및 협의가 없었으므로 우리 해군함정으로 하여금 계속 근접 기동추적, 감시하면서 영해 밖으로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임 장관을 비롯 한승수(韓昇洙) 외교부장관, 김동신(金東信)국방부장관, 신 건(辛 建) 국가정보원장, 김하중(金夏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나승포(羅承布)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일 오전11시40분께부터 밤12시에 걸쳐 일본 홋카이도(北海島)에서 북한 해주로 향하던 북한 상선 청진2호(1만3,000톤급ㆍ쌀 선적 추정)와 일본 마이즈루(舞鶴)에서 중국 다롄(大連)으로 항해 중이던 령군봉호(6,735톤급ㆍ무화물추정), 북한 남포에서 청진으로 가던 백마강호(2,740톤급ㆍ소금 선적 추정) 등 3척이 각각 동ㆍ서해 공해상에서 우리측 남해안 영해를 침범했다.
상선들은 모두 제주해협을 통과했고 이중 령군봉호와 청진2호는 각각 2일 오후 8시20분, 3일 오후3시께 서해 공해상으로, 백마강호는 3일 오전8시40분께 남해 공해상으로 빠져 나갔다.
합참은 "해군이 초계기와 경비함을 긴급출동시켜 시각·통신검문을 통해 북한국적임을 확인했다"며 "비무장 민간선박인 사실을 감안, 감시와 함께 이들을 공해상으로 유도해 충돌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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