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다음 착점은 어디일까.당정 쇄신론이 거세게 제기될 때만해도 당장 승부수를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였으나, 김 대통령이 1일 ‘내 책임’이라고 언급한 후에는 오히려 장고(長考) 국면이 전개되는 형국이다.
특히 쇄신론의 핵심인 인적 책임론은 우선 순위는 아닌듯하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대통령이 시간을 두고 충분히 생각할 것”이라며 “무엇을앞당기고 무엇을 유보한다는 추측은 무리”고 말했다.
외형상 중립적 언급이지만 ‘시간을 두고’‘충분히’라는 표현에는 인적 개편이 당장 단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청와대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최고위원들과의 오찬에 이어 의원들, 원외위원장들과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대통령은 논리가 서야 사람을 교체한다”며 “편차가큰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의 입장만을 수용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시스템의 정비, 언로 개방, 당 위상 강화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속하게 대안이마련 되겠지만 인적 개편은 가까운 시기에 이루어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이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사의를 반려한 대목에서는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현실적으로 김 대표나 한 실장 체제의 변화를시도할 경우 내년 대선을 겨냥한 권력투쟁이 당장 시작되고 그 여파는 레임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소장파들의 인적 쇄신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는 인상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이‘시간을 두고 충분히’라고 언급한 대로 이번 파동이 가라앉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여권 내부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일부 당직자와 수석, 정무직들이 교체될 가능성은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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