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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주) 만도 오상수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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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주) 만도 오상수사장

입력
2001.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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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룹이라는 울타리도 없고 오직 ‘만도’만이있을 뿐입니다“영원한‘만도맨’ 오상수(吳尙洙ㆍ57)사장은 만도기계㈜의 부도(97년12월), 공장 매각, 새로운 회사㈜만도 출범(99년12월), 구조조정 완성(2001년5월) 등 4년 여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빠져나온 뒤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사장은폐허가 된 회사를 다시 일으켜 제2의 도약을 위한 기회로 돌려 놓은 당사자다. “과거 그룹의 그늘 속에서 안일한 경영을 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직 내실과 투명경영 만이 세계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오사장은 부도후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땀으로일궈냈던 경주와 아산 공장, 평택 공장의 일부를 처분했다.

또 현 ㈜만도의 지분 70%를 미국 체이스 맨해튼 컨소시엄에 넘겨주고 부도 당시 900%가 넘던 부채비율을200%대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이 끝난 지금 만도는 ‘국내 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라는 옛날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의 경영철학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지난 해 8월 만들어진 홈페이지 ‘오상수의여섯가지 이야기(www.ohsangsoo.pe.kr)’에는 평소 경영철학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는 형식적인 여느 대기업의 CEO홈페이지와는달리 직원들과 살아 숨쉬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 놓고 있다.

자화상은 물론 지인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 좋아하는 음식, 가족 이야기, 유년시절부터사회생활을 하기 전까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숨김없이 털어 놓는다. 대구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고 곧바로 중학교에 진학할 정도로 ‘똑똑한아이’였다.

그러나 세익스피어에 탐닉하던 고교 2년생에게 아버지 사업실패로 인한 생활고는 큰 시련이었다. 혼자서 앞길을 찾아야 했던 그는 학비부담이 없던 경북대 국문학과로 진로를 정했다.

ROTC, 통역장교를 거쳐 월남전에 참전한 후 현대건설에 입사하면서 정인영(鄭仁永) 전 한라그룹명예회장(당시 현대건설 사장)의 눈에 띄었다. 인생의 전기였다. 3년 뒤 만도의 전신인 현대양행으로 자리를 옮기며 만도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가 매 달 임원은 물론 협력업체 임원들과함께 등산을 하는 것도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1박 2일 코스로 밤을 함께 지새면서 그 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신뢰를 다져나간다. 산행을 마치면 주변 목욕탕에서직원들과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일본에서 오 사장은 ‘낫도(納豆) 맨’으로 유명하다. 일 관계로 자주 일본을 찾을때마다 우리의 청국장과 비슷한 이 음식을 먹기 때문. 그는 “협상을 하는 상대방에게 그들이 즐기는 낫도가 우리나라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친근감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이 음식을 시킨다”고 말했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湖亂行) 금일아행적(今日俄行跡) 수작후인정(燧作後人程)-눈덮인 들길 걸어갈 제/ 행여 그 걸음 아무렇게나 하지 말세라/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그가 항상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서산대사의 선시(禪詩)다.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CEO의 자세가 담겨져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도는 어떤 회사인가?

㈜만도는 국내 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로 1997년 말 한라그룹 계열사였던 만도기계㈜가 부도 처리되면서 문막ㆍ익산ㆍ평택 공장만 묶어 99년 12월28일 새로운 법인으로 탄생했다.

신설 법인 설립 당시 체이스 맨해턴은행 투자 컨소시엄의 자금을 유치, 성공적으로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부도 당시 943%였던 부채비율은 2000년 290%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23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만도는 자동차 핵심장치인 제동장치(경기 평택공장), 완충장치(전북 익산공장), 조향장치(강원문막공장) 및 샤시 모듈(충남 영인공장 등)을 공장별로 특화해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300만대의 자동차를 조립할 수 있는 부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있다.

㈜만도는 첨단기술과 품질의 고급화로 해외시장에 도전하고있다. 반도체 공장을 방불케하는 ㈜만도의 품질시스템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GM의 공급업체 종합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을 정도.

㈜만도는 GM과 제동ㆍ조향ㆍ완충장치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최근 2억6,500만 달러 상당의대규모 조향시스템 공급계약을 맺었다.

㈜만도는 독자개발한 ABS와 전자식 주행 안전장치(ESP) 등 주력제품으로 수출을 강화, 지난해42.5%였던 수출 비중을 65%로 끌어올리기 위한 세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2003년까지 중국과 미국에 현지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3~4년뒤 주식시장 재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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