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 전략인가, 변형된 독과점인가.최근 스타급 연예인과 같은 소속사의 신인이 동반출연하는 ‘패키지’가 늘고 있다. 형태도 매우 다양해졌다.지난달 26일 방송된MBC 전파견문록에는 최근 다이어트 비디오를 출시한 이영자가 출연했다. 프로그램 끝 무렵에는 뜬금 없이 가수 문차일드의 ‘사랑하니까’가방영됐다.
두 연예인 모두 GM프로덕션 소속이다. 3일 SBS 가요프로그램 ‘메모리스’에이문세와 함께 신인가수 ‘헤이’ 가 출연했다.
헤이 역시 이문세가 공동대표로 있는 기획사 WAD소속. ‘컨츄리꼬꼬’가진행하는 KBS ‘뮤직 플러스’나 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에는같은 기획사의 댄스그룹 ‘뮤’가 출연하거나 뮤직비디오가 종종 방영된다.
흔히 ‘패키지’ 혹은 ‘끼워팔기’라 불리는 이런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합병과 제휴를 통해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속속 출범하면서 좀더 조직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최근 가수 임창정ㆍUN, 코요테ㆍ파파야, 샤크라ㆍ디바 소속사의 연합체로 출범한 ‘라미나플로어’의 한 관계자는 “소속 가수들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런 과감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소속 인기스타가 프로그램MC를 맡으면 코너 하나 정도는 기획사 ‘식구’들로꾸밀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기스타를‘물고’ 들어가지 않으면 신인만으로는 방송출연 스케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게 ‘동반출연’의 속사정이다.
인기스타의 경우 여기저기 출연요청이많은 만큼 한 프로그램에 ‘내주는’ 대신 그 프로그램에서 소속사 신인의 출연권을 보장받겠다는것이다.
한 매니저는 “늘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반출연이 부메랑이 되어 소속사에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고한다.
정상급 스타가 A방송사의 스케줄 때문에 B,C 방송사의 출연요청에 응하지 못할 경우, 그 소속사의 신인들은일종의 ‘연좌제’ 로 불이익을 받는다.
이유없이 방송출연이 무산되거나역할이 줄어드는 식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동반출연으로 인한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PD들도 동반출연으로 제작자율권을상당부분 침해 당한다. 한 PD는 “고정시청률을 위해 스타를 한두 명은 꼭 넣어야 한다.
그들을 확보하기 위해 때로는 내키지 않는 신인을 내보낼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로 인해소규모 기획사 소속 가수들은 종종 애를 먹는다.
신인 댄스그룹 A팀을 거느린 제작자는 순위프로그램에 출연요청을 했지만 PD로부터 ‘대형소속사의 신인을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이번 주에는 힘들다’고 거절 당했다.
그러나 결국 동반출연은 서로의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때문에 정착될 수밖에 없는 관행이 돼가고 있다. 한 예능국 관계자는 “채널이 늘어나면서시청률을 위한 스타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자연히 제작진으로서는 이들이 소속된 대형 기획사와의 접촉이 많아지고 동반출연이늘어난다”고 말한다.
그는 군소 제작사들도 방송출연을 위해 대형 기획사들과 합병이나 한시적인 연합 형태를마련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원한다’고 하지만 채널마다‘조성모 핑클 god’가 반복되는 식의출연행태는 식상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이렇게 바쁜 스타를 모셔가기 위해 느닷없이 신인을 출연시키는 브라운관의‘거래행위’ 역시 민망하다.
시청자는 출연자가 방송사와 기획사의거래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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