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2인 '문예중앙'에 기고고은(68) 시인의 ‘미당 담론’으로 촉발된 논쟁이 문예지를 통해 확대되고있다. 고씨의 글에 대한 지금까지의 반론은 단편적ㆍ즉흥적 성격이 강했다.
고씨가 미당 서정주 시인을 “역사의식 없이 권력에 안주했다”며 비판한 데 대해 즉각적인 반박이 나오긴했지만, 대부분 “행적과 작품을 연관시켜 미당 시의 본질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즉흥적 반응이었다.
문학평론가 이남호(45ㆍ고려대 교수) 한기(42ㆍ서울시립대 교수)씨는다음주 발간되는 계간 ‘문예중앙’ 여름호에서 미당을 옹호하는반론을 다시 펼침으로써, 논쟁이 보다 정교하게 전개될 듯하다.
두 사람은 그간의 반발과 달리 예술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연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미당 시의 미학을 증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남호씨는 ‘예술과 예술가의 삶’이라는 글에서 작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논의를원론적으로 고찰한다.
이씨는 일단 “예술가가 심리적 상처를 잘 극복할 때 훌륭한예술이 탄생한다”면서‘삶과작품의 비분리론’을지지한다. 이씨가 강조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복합성’이다.
그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발자크 연구’를 사례로 들면서, 예술가의 삶의 일부를 전체적인 평가로 평면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츠바이크가 바라본 발자크는 문학의 나폴레옹인 동시에돈과 신분을 얻으려고 귀족 미망인을 유혹한 치사한 인간이었다. 츠바이크가 발자크의 모순에 찬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만 30년의 세월이 걸렸다.
결국 츠바이크의 발자크 연구는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어떤 이론도공허함을 증명한다는 게 이남호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예술과 예술가의 삶이 분리될 수는 없긴 하지만, 그 연관성을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 문학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섣부른 일반화와 단순화일 것”이라면서 미당을 옹호한다.
한기씨는‘ 고인이 된 미당, 오, 시인의가혹한, 욕된 정주(定住)의 삶이여!’에서미당이 윤리의식을 벗어나 극단적인 미 의식을 추구한 근거를 삶 체험에서 찾는다.
미당은 광주학생사건 때 만세를 부르다가중앙고보에서 쫓겨났고, 학생들을 이끌고 소란을 피우다가 고창고보에서도 퇴학당했다.
미당은 부모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죄의식에 시달렸으며, 가출했다가 집으로돌아가곤 하는 신경쇠약적인 방랑을 거듭했다.
이 고통스런 자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미적 가치의 세계를 선택했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고은씨가 통렬하게비판했던 미당의 ‘자화상’에서 한씨는 ‘윤리적 절망’과 ‘자아 반성’을 찾는다.
한씨는 ‘나는아무 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는시구는 윤리적으로 사는 것을 버리고, 미의 사도로 사는 것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한다.
윤리의식에서 놓여 나면서미당의 시가 ‘모국어의눈부신 빛살’을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예중앙이 “마감 직전에 원고가 도착했다”고 밝혔듯 시간에 쫓긴 흔적이 드러나긴 하지만, 격앙된 목소리를 낮춘 대신 논리에 바탕을 둔 반론을 시도한 데 의의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서문을 통해 ‘미당 담론’이 한 차원 높은 ‘미당 논쟁’으로 발전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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