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법정관리를 신청한조양상선은 작년 ‘11ㆍ3 부실기업 판정’때 ‘회생가능’으로 분류돼 채권단이 책임지고 살리기로 했던 기업이다.그러나 주채권은행인 서울은행은7개월동안 한푼의 신규자금도 지원하지 않았고 올해 연말까지 1,455억원의 자구계획을 이행하기로 했던 조양상선도 4월말 현재 실적이 16억원에불과했다. 조양의 법정관리행도 ‘나몰라’와 ‘배째라’식 도덕적 해이의 결과물인 셈이다.
원인은 둘 중 하나다. 작년11월 정부가 밀린 숙제(부실기업 퇴출)를 몰아치기식으로 해치우는 과정에서 마땅히 퇴출돼야할 기업이 실수로 회생가능 판정을 받았든지, 아니면 자기만살려는 채권단의, 혹은 고통없이 지원만 받으려는 기업의 이기적 발상 때문이든지.
어느 경우든 정부에게 1차적책임이 있다. 부실징후기업의 회생가능성을 오판한 것이라면 이는 사실상 정부가 주도한 11ㆍ3 부실기업 판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확실한 물증이다.
반면 당사자들의 이기적 발상 때문이라면 “은행장을 문책하거나, 경영진을 교체해서라도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고 공언해온 금융당국의 책임 방기다.
퇴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정부는 첫째, 사라져야 할 기업까지 살려둬 금융자원이 엉뚱한 데로 흘러가는 역선택(逆選擇)을 막아야 하며 둘째, 살리기로 한 기업이라면 당사자들이 최대한 지원과 자구를 경주할 수 있도록 감독을 해야한다.
물론 살 수 있는 기업 일지라도영업환경 등 외부변수에 의해 무너진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회생가능기업으로 분류한 해놓은 채 “자구노력을 안하는 기업까지 지원해야 하느냐(채권단)”“금융지원안해주니 죽을 수밖에(기업)”라는 공방만 계속 된다면 정부가 짜놓은 퇴출시스템을 과연 시장이 신뢰를 하겠는가.
경제부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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