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정계는 물론 대만까지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엘프사 무기 판매 로비 사건의 롤랑 뒤마(78) 전 프랑스 외무부 장관과 관련자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프랑스법원은 30일 방산업체인 톰슨-CSF(현 탈레스)가 제작한 프리깃함 6척을 대만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엘프사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죄로 뒤마전 장관에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뇌물을 건내준 엘프사의 로익 르 플로슈-프렝장 전 사장은 징역 3년 6월과 벌금 250만프랑(38만 유로), 알프레드 시르방 전 부사장은 징역 4년과 벌금 200만 프랑(30만 유로)이 각각 선고됐다. 1997년에 체포돼 5개월간수감 생활을 했던 엘프사의 로비스트이자 뒤마의 정부인 크리스틴 드비에-종쿠르(54)도 징역 1년 6월, 집행 유예 1년 6월을 선고 받았다.
프랑스언론들은 이번 재판으로 엘프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드비에-종쿠르는 1998년 펴낸 자서전 ‘공화국의 창녀’에서 엘프사가 프리깃함을대만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 이를 반대해온 뒤마를 설득하는 대가로 엘프사로부터 약 6,400만 프랑(약 115억 2,000만원)의사례금을 받았다고 폭로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스캔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내가 입을 열면 프랑스가 20번 뒤집어질 것”이라고 폭탄 선언을 하기도 했던 시르방 전 부사장이 입을 굳게 다물고있어 또 다른 스캔들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사법 당국은 1993년 당시 엘프사가 조성한 로비자금이 250억 프랑(4조4,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중 상당액이 프랑스 정계는 물론독일, 중국, 대만 등에도 뿌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만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해 정ㆍ관계 인사 수 십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사건의 최대 화제는 뒤마와 그의 정부 드비에-종쿠르와의 관계였었다. 뒤마는 두 번이나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프랑스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위원회위원장을 지내기도 했으나 고령에도 불구하고 법정을 드나드는 불명예를 안았다.
뒤마는 1989년 드비에-종쿠르를 엘프사에 입사시키는 등 깊은 관계를맺어왔었다. 1922년 프랑스 중부 리모주의 중류 가정에서 태어난 뒤마는 2차 대전 당시 레지스탕스 대원으로 활약했다.
종전 후 뒤마는 프랑수아미테랑 전대통령과 교분을 바탕으로 1984~1986년, 1988~1993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외무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걸프전과 마스트리히트 협상에서프랑스 외교정책을 이끌었다.
뒤마는법정에서 “내 나이에 명예가 실추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라며 항소의사를 밝혔다. 그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의자에서쓰러졌다.
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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