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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모 성공회대 교수 은퇴 "한국교회 배타성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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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모 성공회대 교수 은퇴 "한국교회 배타성 극복해야"

입력
2001.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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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교와 공존하면서도 그리스도 신앙의 보편성을 찾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신앙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이 이루어질 때 종교간에 깊고 열린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하게되는 한국 가톨릭계의 대표적 신학자인 정양모 (65) 성공회대 교수가 29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내 성미카엘 성당에서 조촐한 은퇴 강연을 가졌다.

동료 교수와 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한 이 강연에서 정 교수는 ‘종교다원주의의 이해_신학적 관점에서’라는 제목으로 꾸준히 개진해온 종교다원주의 신학과 자신의 그리스도론을폈다.

“오직 예수를 믿어야만 구원 받는다는 배타주의는 무한하신 하느님을 일정한한계에 가두는 맹점을 가지고 있어요.

80% 이상이 배타주의인 개신교의 보수성은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굳어있어요.” 종교간대화를 강조해온 그의 신학은 여전히 한국 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배타주의를 극복하는 도정이기도 했다.

프랑스, 독일에서 신학을 전공하고1970년대에 돌아온 그는 광주가톨릭대 교수를 거쳐 서강대 종교학과에서 20여년을 신약성서 해석에 몰두해왔다.

‘역사의 예수’를 내세운 민중신학자 안병무 박사,종교다원주의를 제창한 변선환 박사 등과 함께 역사비평과 해석학적 반성으로 신약 해석의 새로운 장을 열며 종교간 대화운동의 밑그림을 그렸다. 성경을문자 그대로 믿는 것에서 벗어나 오늘에 맞게 되살리는 작업이기도 했다.

1965년 타종교를 배척하지 않는다는포괄주의 입장을 담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선언을 통해 타종교에 관용적인 자세를 보여온 가톨릭교회였지만, 97년 정 교수는 가톨릭 교리에 어긋난다는이유로 로마 교황청에 고발 당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정년을 2여년 앞두고 서강대에서 물러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정 교수는 예수를 믿지 않더라도양심에 따라 살면 자기도 모르게 예수를 신봉하기 때문에 ‘익명의 그리스도인’으로서 구원 받을 수 있다는 포괄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실제 타종교인과의대화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예수의 상대성을인정하는 종교다원주의자는 아니다. “여러 종교 속에서 동일성을 찾는 종교다원주의가 구체적인 신앙에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한 그는 “신앙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이 주관적 믿음과 보편적 의미라는 딜레마를극복하는 통로가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학부에서 한 강좌 정도만 강의하면서 성경을 알기 쉽게 해석하는 저술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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