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쇄신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 갈등이 격한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범동교동계의 정균환 총재특보단장은 29일 초ㆍ재선 당정쇄신파의 리더인 정동영 최고위원을 겨냥,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독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개혁 대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당정쇄신이란 본질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다시 받아쳤다.
정 특보단장은 이날 아침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장 의원들과 대통령의 면담 주선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25일 새벽 1시께 정동영 천정배 의원과 초ㆍ재선 의원들의 성명발표에 대해 얘기하는 중에 대통령 면담을 주선해 달라는 얘기가 나와 이날 아침 8시께 김대중 대통령과 통화, 소장 의원들과의 면담 약속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정 특보단장은 이어 “정 최고위원 등 초ㆍ재선의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면서 추가 성명이 없도록 협조를 부탁하자 정 최고위원은 돕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정 특보단장은 “정 최고위원이 대통령과의 면담 약속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착잡했다”며 “정치인은 정직하고 신의가 있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정 단장의 주장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면서 면담 논란의 실체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정 최고위원의 측근은 “정 단장이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우리가 먼저 대통령과의 면담을 제안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28일 “25일 새벽 세 사람이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초ㆍ재선들과의 신뢰문제가 있어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정 단장은 25일 아침 통화에서 ‘대통령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물쭈물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선의 김민석 의원은 “25일 낮 초ㆍ재선 의원 7명이 모인 자리에서 대통령 면담 약속을 듣고 대부분이 지켜보고 추가행동을 하기로 했다”며 정 단장 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반면 천정배 의원은 “면담 논란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정 최고위원은 용감하게 문제를 풀어갈 사람이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면담’ 논란이 확산되자 “정 단장의 발언은 겪은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보며 이 같은 논란이 바람직한 해결책 모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조정에 나섰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정균환.정동영 동향인연 평소 선후배로 신뢰쌓아
민주당 정균환 특보단장과 정동영 최고위원은 동향(전북)일 뿐 아니라 인간적인 정으로 맺어진 사이였다.
나이는 정 단장(58)이 정 최고위원(48)보다 10살 많고 정치경력으로도 4선인 정 단장이 재선인 정 최고위원보다 한 세대 앞선다.
당내에선 정 단장을 정 최고위원의 정치적 후원자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원내 총무였던 정 단장은 정 최고위원의 당선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당내에선 정 단장이 후배를 위해 본인의 출마를 접은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정권 초기 정 단장이 사무총장, 정 최고위원이 대변인으로 호흡을 맞추었고, 지난해 전북도지부장직도 정 단장이 정 최고위원에게 넘겨줬다.
정 최고위원 등도 여권 핵심인사 중 정 단장을 유일한 정치적 통로로 보고 성명 발표 문제를 상의했을 정도로 서로 신뢰가 두터웠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두 사람의 애틋했던 인간관계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정균환단장
-대통령과 소장의원 면담 약속은 실제로 있었던 것인가.
“25일 아침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소장의원과의 면담을 얘기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구체적 시간은 잡히지 않았다.”
-초ㆍ재선의원들이 면담이 성사되면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나.
“대통령과의 면담 성사를 정동영 최고위원, 천정배 김민석 의원 등에게 전하면서 협조를 요청했다. 25일 낮 초ㆍ재선 의원 7명이 만난 자리에서 면담 약속이 거론돼 ‘지금 행동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들었다.”
-정 최고위원은 무슨 거짓말을 하는가.
“정 최고위원이 면담 문제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 것을 보고 착잡했다.”
-정 최고위원과 상황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아닌가.
“언론에 보도된 게 정 최고위원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렇지 않다. 바로 그 같은 거짓말이 개혁대상이다, 정 최고위원과 본래 친한 사이지만 거짓말하는 것에 대해 정말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이다.”
김광덕기자
■정동영최고
정동영 최고위원은 29일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제의 본질은 당정 쇄신과 당을 살리자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정균환 단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균환 단장이 “정 최고위원이 ‘대통령 면담’ 논란과 관련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정 단장의 주장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
그 문제는 본질이 아니다. 쇄신 요구의 본질이 훼손될까 걱정된다.”
-누구 말이 맞는가.
“정 단장이 어제 한 얘기와 오늘 한 얘기가 조금 다르지 않은가. 정 단장은 본래 그런 분이 아니다. 정 단장에 대해 여전히 신뢰를 갖고 있다.”
-두 사람의 주장이 왜 다른가.
“25일 아침 통화한 내용에 대해 서로 미스커뮤니케이션(오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25일 정 단장과 접촉한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일일이 답변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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