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절차 돌입을 하루 남긴 29일 압두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이 공권력을 총동원한 대반격에 나서 인도네시아 정국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이에 맞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을 비롯한 반대세력도 와히드 축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법질서 회복을 위한 특별조치령을 내린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검찰을 통해 부패혐의에 대한 결백을 주장하며 탄핵 모면을 시도했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검찰총장은 탄핵 사유가 된 조달청 공금 횡령 및 부르나이 국왕 기부금 증발 등 2건의 스캔들에서 와히드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치 못했다고 발표했다.
무리오하르조 검찰 대변인은 이 발표가 탄핵을 위한 국민협의회(MPR) 총회 소집을 하루 앞두고 나온 데 대해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치 분석가들은 궁지에 몰린 와히드가 탄핵을 막고 의회해산, 비상사태 선포 등 강공책을 펴기 위해 사전포석을 둔 것으로 해석했다.
와히드의 정치적 기반인 최대 이슬람 단체 나둘라툴 울라마(NU) 회원들도 이날 수도 자카르타와 동부자바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전개했다.
동부자바에서 상경한 1,000여명의 와히드 지지자들은 자카르타 곳곳에서 시위를 전개, 유혈충돌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동부 자바에선 와히드파 시위대가 인도네시아 민주투쟁당(PDIP), 골카르 당 사무실을 습격했다.
하지만 PDIP등 6개 정당들은 이 같은 와히드의 반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정대로 와히드 탄핵을 위한 MPR 특별총회를 소집키로 결의했다.
골카르당 총재 겸 의회 의장인 악바르 탄중은 28일 “정치ㆍ사회ㆍ안보 장관에게 치안통수권을 위임한 것과 와히드 스캔들에 대한 의회의 평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MPR 특별총회 소집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연합개발당과 일월당(PBB) 등도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있어 탄핵 일정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 언론들은 와히드 대통령이 28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려 했으나 각료와 군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특별조치령’으로 수위를 낮출 수 밖에 없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국가기관을 동원하는 데도 권력 누수를 보이고 있는 와히드가 탄핵의 큰 물줄기를 돌려놓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와히드가 더 많은 권력이양을 메가와티 부통령에게 제의하는 등 모종의 막판 타협안을 마련, 연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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