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책임소재를 조사해온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공무원 6명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간부1명의 문책을 요구한 것은 일견 책임행정의 한 사례가 될 만 하다. 문책 대상에 차관이 포함돼 있고, 파면 해임 같은 중징계 요구가 들어 있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그러나 재정파탄의 원인이 된 의약분업 추진 최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차흥봉(車興奉) 전 복지부 장관이 의약분업을 시행하면 건강보험 재정적자 규모가 엄청나게 발생하리라는 실무자들의 보고를 묵살하고 다시 작성케 하는 등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한 점은 인정되지만, 그것을 범죄로 볼 수는 없어 고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잘못은 있지만 이미 공직을 떠난 민간인이므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은 아무리 실정을 해도 자리만 물러나면 그만이라는 나쁜 선례가 되고 말 것이다.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건드렸다는 비판은 건강보험 재정 낭비의 책임을 물어 보험공단 실장 1명을 징계토록 요구한 조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실무 책임자라 하지만 모든 잘못의 책임을 조직의 수장이 지는 것이 책임행정의 기본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의약분업 추진을 결정한 집권당 정책 책임자들과, 의사들의 집단파업 때마다 의료수가 인상이란 무책임한 결정으로 사태를 수습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처벌의 형평성에 관한 시비는 계속될 것이다.
감사원은 정책 실무 부서인 보건복지부와 그 산하기관에 국한한 직무 감사였기 때문에 정치권과 다른 정부기관에 대한 문책의 재량권이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런 업무한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어디에 어떤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그 인사권자에게 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제시했어야 옳다. 정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빠진 감사결과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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