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닥 아파트와 나홀로 러브호텔’. 어느새 우리 농촌지역의 낯설지 않은 풍속도가 돼 버린 지 오래다.자연이 숨쉬던 산자락이 무참히 잘려나가면서 아파트단지가 마구잡이로 들어서는가 하면 논밭이든 강가든 가릴 것 없이 숙박 및 유흥업소들이 흉물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아름다운 강산 전체가 난(亂)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마당에 최근 건설교통부가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묘안이라며 내놓는 각종 대책을 접하다 보면 씁쓸함을 떨칠 수 없다.
거슬러 가보면 94년 건교부가 주택부족에 따른 집값 폭등을 막겠다며 별다른 규제 없이 개발이 가능한 준농림지 제도를 들여온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불을 보듯 뻔한 난개발의 폐해를 우려하는 당시 수많은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교부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통과시켰다.
난개발의 지울 수 없는 원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어졌으니 처방도 땜질식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용인 난개발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건교부는 준농림지 제도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백기’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미 국토는 망가질 대로 다 망가진 상태에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뒷북행정으로 무슨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100년을 내다본다는 국토정책을 10년도 지나지 않아 뒤바꾸는 근시안적인 정책판단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난개발을 자초했던 건교부의 낡은 국토관(觀)과 무소신이 얼마나 변했는지 묻고 싶다. 개발지상주의에 매달려왔던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개발공약을 내세우는 정치논리로부터의 독립의지 없이는 난개발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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