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러시아의 시베리아ㆍ극동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따라 건설될 파이프라인의 경로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 신문이 29일 개발 현지인 러시아 이르쿠츠크 발로 보도했다. 수송관 건설은 북한 변수까지 포함돼 있는 데다 각국 국내 정세마저 개입돼 있어 합의도출이 쉽지 않은데다 일본까지 뒤늦게 뛰어 들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한중 양국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천연가스전은 동시베리아 이르쿠츠크에서 북쪽으로 약 450㎞ 떨어진 코빅타 가스전. 2년 전 부터 이곳에선 지하 3㎞에서 추출된 천연가스가 불꽃을 뿜어내고 있어 수송관이 빨리 건설되지 않으면 매일 10만㎥씩의 가스가 사라진다.
추정 매장량이 1.6조㎥에 달하는 코빅타 가스전의 개발권은 합작회사인 ‘러시아 석유’가 쥐고 있다. 영국의 메이저 석유회사인 ‘BP-아모코’가 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르쿠츠크 주정부와 러시아 석유회사인 시당코 등이 나머지를 출자했다. 러시아정부측은 90~120억달러로 추정되는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를 촉구, 한국과 중국이 이에 응했다.
그러나 가스를 끌어올 파이프라인 구상은 전혀 다르다. 중국은 몽골에서 베이징(北京)을 거쳐 중국 동북지방으로 연장하는 남쪽 루트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한국은 몽골을 지나지 않고 중국 동북지방과 북한을 거쳐 한반도를 관통하는 동쪽 경로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또 산둥(山東)반도에서 서해로 해저루트를 뚫어 가스를 한반도에 보내겠다는 구상이나, 한국은 통일을 염두에 두고 육상경로를 고집하고 있다.
비용은 남쪽 루트가 20% 정도 싸다는 게 BP-아모코의 평가지만 중국이 개발이 지연된 동북지방의 공업화를 위해 동쪽으로 우회하는 루트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한반도 관통루트는 지난 2월 한국측이 공동사업조사를 제안했음에도 북한측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근 하바로프스크에서 열린 러일 무역경제위원회에서 일본이 수송관 건설 사업 조사에 약 1억엔을 지원하겠다고 나서 새 변수가 생겼다. 일본은 사할린 및 야쿠트가스전에 관심이 커 오호츠크해를 거치는 별도의 파이프라인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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