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열흘 앞둔 영국에서 아시아계와 백인들간의 대규모 유혈 충돌이 발생한 것을 두고 각 당이 치열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뚜렷한 이슈가 없는 ‘재미없는 선거’로 치부됐던 영국 총선은 ‘인종문제’가 막판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표밭이 서서히 달구어져 가는 모습이다.26일 아침 영국 북서부 대(大)맨체스터주 올덤시의 한 술집에서 일어난 충돌은 다음날 아침까지 아시아계 젊은이 500여명과 백인들이 화염병까지 주고받는 유혈사태로 번졌다.
최근 수년간 영국에서 일어난 인종폭동 중 최악인 이번 사건으로 진압 경찰 15명을 포함한 다수가 부상했으며, 27일 밤까지도 올덤시 곳곳에서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존 프레스콧 부총리가 유세도중 자신에게 계란을 던진 남자를 주먹으로 가격한 이후 특별한 사건이 없었던 터라 인종충돌이 당장 정치권으로 비화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제3당인 자유민주당. 당의 내정문제 대변인인 사이먼 휴즈는 윌리엄 헤이그 당수 등 보수당 인사들이 인종 편견적 공약을 남발, 국민들에게 외국인들을 향해 관용적이지 못한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고 비난했다.
최근 “영국이 외국인들의 땅이 될 위험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헤이그 당수는 “나는 정치적 망명 문제를 거론한 것이지, 인종문제를 얘기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보수당은 지난주 망명 신청자들을 심사기간 동안 특수시설에 수용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자 노동당의 패트리셔 휴이트 통산담당 내각장관이 가세, 이번 충돌과 정치적 망명에 관한 논의가 관련이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정치인들은 인종 차별적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고 은근히 보수당을 겨냥했다.
이번 사태는 극우 단체인 국민전선(NF) 소속으로 보이는 백인들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등 아시아계 집중거주 지역의 한 가정집을 공격하고 아시아계 청년들이 백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술집을 벽돌과 곤봉, 화염병 등으로 파괴함으로써 일어났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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