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2002년 한일월드컵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 겸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27일 월드컵 개막 D_1년을 앞두고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5월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정몽준 위원장은 “주위로부터 많은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 아시아에서 회장이 나올 때가 됐다고 본다”며 차기 FIFA회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또 월드컵대회 준비와 관련, “관광객 수송과 IT시설 문제가 다소 미흡하지만 전반적인 준비에는 차질이 없다”며 흑자월드컵에 대한 강한 의지도 함께 밝혔다.
-월드컵이 1년 남았다. 가장 미진한 부분은 무엇인가.
“전반적으로 준비가 잘 되고 있지만 두 가지 정도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FIFA의 마케팅 대행사 ISL의 파산 등으로 인해 IT 관련 업무가 미진하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시스템통합 등이 2년 정도 늦어졌다.
한일 조직위와 FIFA가 가장 걱정하는 점이다. 또 하나, 월드컵기간은 여행성수기인데다 한국에만 관광객이 추가로 40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추산되는데 항공편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증편이 되기는 했지만 수요에 공급을 맞춘 게 아니라 항공사의 비행스케줄에 따라 조정하다 보니 폭발적인 추가 항공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월드컵 유치부터 준비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동등하게 비교되는 것이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결승전 장소를 논하는 회의 등은 소란스럽고 투쟁적인 분위기에서 열렸다. 올해 초 터진 월드컵 명칭문제도 그런 흐름이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내에서는 공동개최에 따른 국민적 관심 저하, 97년 말 경제위기, 서울 경기장 건설논란 등이 힘겨운 점들이었다. FIFA와의 관계에서는 국제(IBC)방송센터와 월드컵기간 FIFA 대회본부 등을 한곳(일본)에만 설치하려는 시도 등 공동개최 정신에 위배되는 일들을 해결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올림픽과 달리 월드컵은 개최국의 제약이 많다. 자율성 확보에 더 노력해야 하지 않는가.
“월드컵 TV시청자가 올림픽 전체종목 시청자의 2배가 넘는다. 프랑스월드컵 때 연인원 380억명이 봤고 2002년 월드컵은 420억명이 볼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컵이 열리는 한달 동안 전세계 사람들이 TV앞에 앉아 있어야 이 같은 계산이 나온다.
FIFA의 관점에서 보면 올림픽경기는 ‘무관심한 만족’이지만 축구는 흥분하면서 본다는 차이가 있다. 올림픽처럼 개최국의 자율성이 크면 위험부담이 있다. 그 대신 월드컵은 FIFA가 모든 걸 떠맡기 때문에 ISL이 파산해도 개최국에 큰 영향이 없다.”
-남북 분산개최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는가.
“남북이 정치적으로 합의한다면 적극 수용한다는 게 FIFA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불가입장을 밝혔고 시간이 충분치 않아 집행위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견해들이 있다. 블래터 회장은 처음에는 남북 분산개최에 난색을 표했는데 최근 직접 방북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만 2조원이 투입됐다. 과연 흑자월드컵이 가능한가.
“한강둔치, 강변도로 등이 모두 서울올림픽 때문에 건설됐다. 이런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된 돈까지 모두 감안하면 서울올림픽이 흑자대회였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이다.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경기장 건설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 98년 월드컵을 전후해 프랑스의 주가가 크게 뛰었다. 월드컵의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은 조직위 기준으로 흑자대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정 위원장은 “자신이 많이 인용하는 자료”라며 월드컵의 국민통합 효과를 다룬 프랑스의 르몽드지 기사 등 관련 자료를 보여주었다).”
-월드컵 경기장 사후활용을 위한 특별한 복안이 있나.
“축구경기장은 개방적이고 활기찬 축구문화를 맛볼 수 있는 칸막이 없는 ‘고급사교장’이 돼야 한다. 엄청난 재원이 투입된 월드컵경기장이 지역주민의 복합문화, 체육시설 등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겠다.”
-블래터 회장의 월드컵 격년 개최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는가.
“그다지 좋은 생각 같지 않다. 대륙간 순회개최를 활성화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월드컵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블래터 회장 개인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면이 있다.”
-내년 서울 FIFA 총회 때 ‘특별계획’이 있는가.
“98년 회장선거 때는 월드컵 유치에 도움을 준 요한손 유럽축구연맹 회장을 지지해 나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월드컵 본선티켓 배정 등 아시아가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 등 다른 대륙에서도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ISL 파산 등 ‘집안’이 어려운 현 시점에서 출마선언은 당분간 자제하는 게 바람직 할 것 같다.
(그는 “블래터 회장은 얼마 전 재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FIFA 회장은 대단히 책임이 큰 자리다. 내년 5월29일 서울총회 때 FIFA 회장선거에 나서게 되면 한국일보가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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