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려 7명의 타이틀 보유자가 등장해 ‘개혁 돌풍’이 거셌던 국내 바둑계에 다시 ‘보수 회귀’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조훈현-이창호 사제가 마치 지난 해의 부진을 분풀이하듯 상반기 바둑판을 싹쓸이하고 있어 국내 바둑계가 다시 ‘조-이 양웅 체제’로 회귀하는 듯한 분위기이다.이창호 9단은 올들어 승률이 60%대로 저조하지만 큰 시합은 놓치지 않고 착실히 타이틀을 추가하고 있다. 이미 유창혁, 조훈현으로부터 기성 패왕 타이틀을 회수했고 응씨배, LG배 등 2개 국제 기전에서 우승, 8억원 가량의 상금을 확보했으므로 사상 처음으로 한 해 상금 수입 1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조훈현 9단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국수전과 TV바둑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 이미 ‘기본’은 달성했으며 명인전, 왕위전 등 국내 주요 기전 본선 리그에서도 전승 가도를 달리고 있어 자칫하면 과거와 같이 국내 타이틀전이 온통 조-이 사제 대결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바둑 내용 면에서도 특유의 발 빠른 ‘속력행마’와 상대의 혼을 빼는 ‘흔들기’가 요즘 최절정에 달했다는 주위의 평가다.
이에 반해 유창혁이나 서봉수 등 구 4인방 멤버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 기사 모두 무관으로 전락한 상태. 유 9단이 맥심배에서 우승했지만 9단들만 출전하는 이벤트성 미니 기전이어서 정식 타이틀로 쳐 주지 않는다. 국내 기전보다는 국제 기전에 강한 유 9단으로는 6월 중 치러질 왕리청 9단과의 춘란배 결승전이 올 상반기 최대의 승부처다.
지난 해 거센 돌풍을 일으켰던 이세돌, 최명훈, 목진석, 루이나이웨이 등도 올들어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세돌 3단은 지난 해 우승을 차지했던 천원전에서 이미 예선 탈락했고 13승 9패로 승률도 별로 높지 않다. 특히 LG배에서 이창호에게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충격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 할 경우 깊은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목진석 5단도 바둑왕전에서 탈락, 사실상 무관 상태가 됐다. 이세돌과 마찬가지로 TV아시아대회에서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목 5단은 특히 중국 프로 리그 갑조 출전을 위해 한 달에 한 두 번씩 중국을 오가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세대 선두 주자로 일컬어져 왔던 최명훈 7단은 사상 최악이다. 7승 7패, 대국 수도 별로 많지 않고 승률도 반타작에 불과하다.
여전사 루이나이웨이 9단도 국수 타이틀을 조훈현에게 되돌려 준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흥창배, 여류 명인전 등에서 우승,‘여류 최강’의 체면은 살렸지만 일반 기전에서는 성적이 5할 대를 밑돌고 있다.
과연 국내 바둑계가 다시 조-이 시대로 돌아가게 될지 하반기 바둑계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바둑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