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강화와 서민생활안정을 위해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국가정보화사업, 실업대책, 지역균형발전특별법 제정 등 주요 정책현안 및 법안들이 부처간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경제부총리제 부활이후 부처간 정책주도권 다툼 등을 조정해야 할 재정경제부는 제 역할을 못한 채 정책혼선을 가중시키고, 정책의 신뢰성도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탈출구 없는 IT부문 밥그릇싸움
산자부와 정통부간 IT사업주도권을 둘러싼 이전투구식 싸움이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청와대, 재경부등은 쳐다보고만 있는 실정. 정통부는 국가정보화사업, 전자상거래 등 IT부문을 총괄, 조정하겠다며, ‘IT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산자부의 반발이 거세 진통을 겪고 있다.
산자부가 최근 일본 도쿄에 IT벤처센터를 설립하자, 정통부도 6월에 비슷한 성격의 IT-파크를 세우겠다고 맞서고 있으며, IT부문의 기술개발과 시범사업도 두 부처가 경쟁적으로 추진, 예산 및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 표류하는 지역균형발전특별법
재경부는 연초 청와대 직속 지역균형발전기획단에서 추진해온 지역균형발전특별법의 제정문제를 맡아 관계부처간 이견조정에 나섰으나 진전된 게 없다. 지역별 사회간접자본(SOC), 문화산업, 일반산업의 발전전략의 청사진이 담길 이 법안을 둘러싸고 행자부, 건교부, 산자, 문화부의 이견이 첨예한 상태지만, 재경부는 예산권이 없다는 이유로 이견조정에 팔을 걷어붙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실업대책도 부처별 중구난방
실업대책도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의 정부지원인턴제, 자활인턴제, 교육부의 초중등전산보조원, 행자부의 국가기록물관리지원사업 등 부처별로 최근 발표한 실업대책은 단기, 대증적인 실업자 구제대책에 치중돼 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장기 대책은 실종된 상태다.
재경부는 종합적인 대책은 고사하고, 예산마저 각 부처가 따내라며 수수방관 한 채 최근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에 한 데 묶어 발표, 다른 부처들은 “재경부가 생색만 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밖에 건교부가 7월부터 발효되는 부동산투자회사(REITs) 법안을 지난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하자, 재경부가 이에 질세라 비슷한 성격의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특별법안을 내놓아 법안조율에 진통을 겪으며 시간을 낭비했던 것도 정책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부처간 밥그릇싸움의 전형으로 풀이된다.
■ 재경부의 정책조정 능력 상실
경제부처는 이구동성으로 재경부의 정책조정 능력이 급속히 약화, 시급한 정책현안이 지연되거나 ‘서랍 속에 잠자는 현상’ 이 잦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경부 관계자들이 기획예산처의 분리이후 예산권이 없다는 이유로 부처별 이견조정이나, 법안조율에 거의 손을 놓고 있어, 부처들이 법안제출을 포기하고, 의원입법형태를 선호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경제팀장 중심의 정책조정을 위해 경제부총리제가 부활됐음에도 불구, 부처간 이견조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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