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투자 어떻게게놈프로젝트의 완성과 함께 바이오산업은 단연 21세기의 황금시장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게놈 연구에 10년이 처졌고 원천기술 확보에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일단 유전자 염기서열 자체는 ‘인류의 것’으로 공개돼 있는 만큼 3만 개 유전자의 기능을 먼저 분석해 내는 일도 중요하다.
과학기술부의 프론티어사업으로 신약후보물질 개발을 맡게 된 조중명 생체조절물질 개발사업단 단장은 “기초연구 수준은 낮지만 가장 파이가 큰 의약시장을 외면할 수 없다”며 “일부라도 의약 관련 바이오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경우 세계적으로 시장이 큰 질환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상 외국의 대형 제약회사들은 벤처, 대학 실험실에서 잠재적 가능성만 확인한 성과라도 값비싸게 사들인다.
세계 신약개발시장에서 선도물질(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초기 후보물질)조차 개발되지 않은 상태의 벤처-대기업 제휴비율이 1991~93년 42%에서 1997~98년 64%로 증가했다.
또 제조업에 강한 우리 특성을 살려 DNA칩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이 마이크로 단위의 제조기술인 멤스(MEMS)를 이용한 랩 칩 개발에 착수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랩 칩(Lab_on_a_Chip)은 칩 위에 하나의 실험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약을 떨어뜨리면 검출까지 한 번에 가능한 차세대 바이오 칩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국가 차원의 바이오투자가 너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 3,000억 원이 투여되는 현재 투자 규모보다 훨씬 많은 대규모 기간투자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벤처, 연구소에 연구비를 나눠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유전정보생산과 인프라 구축은 한 두 기업에서 나서기 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유전자서열 분석을 국가가 맡고 데이터베이스화해 유전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벤처기업 바이오니아의 박한오 사장은 “일본 정부가 IT산업 투자의 6배를 생명공학에 투자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IT 투자의 10분의 1을 생명공학에 풀고 있다”며 “우리도 1,000억 원쯤 들여 중심적인 게놈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프로테움(단백질) 컨소시엄(KPC)’을 준비중인 연세대 생화학과 백융기 교수 역시 “정부 차원에서 단백질 연구 특별팀을 구성하고 연구 인프라를 전면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연구는 게놈프로젝트의 후속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염기서열 분석기와 같은 자동화 시스템이 없고 단백질 구조변이가 아직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라 게놈프로젝트보다 더 많은 예산과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 교수는 “단백질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세계 연구의 기획단계에 참여해 우리 몫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이 제도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바이오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동시에 부처간 협력체제가 절실하다.
지금 국내에선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등이 각각 생물산업을 육성하며 비슷한 역할의 센터가 동시에 추진되는 등 정책적 비효율성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생명공학 특허전쟁"
■바이오벤처 CKO 필수
생명공학 육성도 문제지만 이를 산업화하는 특허관리는 또 다른 문제다. 특허관리 부실은 애써 노력한 연구성과를 그대로 사장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생명공학 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의 경우 CEO, CFO뿐 아니라 CKO(Chief of Knowlegement Officer)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분야 박사학위를 갖춘 고도로 전문화한 인력이 특허에 비중을 두고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허청 이처영 심사관은 “유전자특허는 구체적 유용성이 없으면 특허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유용성을 증명하는 근거자료가 부족해 등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특허청은 올부터 대용량 유전자출원에 대비해 전자출원 시스템을 갖추는 등 특허출원 시스템도 날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은 더 심각하다. 교수들의 특허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이 특허출원 비용과 절차를 부담하고, 기술료 수익을 대학과 교수가 나누는 제도를 갖춘 곳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대 정도다.
특허관리가 개인에게 맡겨지면 당장 기술이전이 되지 않는 특허일 경우 세계특허 출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는 일이 있다.
국립대 특허관리도 오랜 문제. 법적으로 국립대 교수의 특허는 국가가 소유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1월 기준 국유특허 건수는 총 42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개인 특허. 국가예산을 지원받은 연구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이 당연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국유특허는 기술이전 절차가 까다롭고, 연구자에게 인센티브가 적어 산업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베이-돌 법
미국에서도 1980년 똑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베이-돌 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정부 예산을 지원받은 연구의 결과도 대학에 귀속시키도록 했고, 많은 대학들이 로열티 수익을 대학-학과-연구자가 균등하게 3분의 1씩 나누고 있다.
이 법안의 혜택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스탠포드대학. 스탠포드대학은 유전자재조합기술 로열티만으로 1996년 3,100만 달러(약 4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대학 기술료 수입의 72%에 해당하는 막대한 돈으로 원천기술의 위용이 그대로 드러난다. 1974~84년 미국 84개 대학의 특허는 2,944건이었으나 1992년 한 해에만 139개 대학이 1,557개 특허를 등록하는 등 ‘베이-돌 법’의 효력을 알 수 있다.
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이원희 소장은 “국가가 특허를 대학에 돌려주고 연구자에게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산업화를 장려해야 궁극적으로 국민과 정부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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