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실험과 도전만이 예술창조를 가능하게 한다. 늘 하던 작업 속에 ‘안전하게’ 매몰된 작가보다는, 새로운 형식과 메시지를 들고 전시장에 나타나는 작가가 더 반갑다.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미술 환경을 찾아 외국으로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해외파 중견 작가 4인의 귀국전이 잇달아 열린다. 20여 년 동안 파리에서 작업해온 서양화가 정충일(45)씨, 베를린 예술종합대 대학원을 졸업한 서양화가 김유섭(42)씨, 뉴욕을 활동무대로 삼아온 사진작가 김우영(41)씨, 이탈리아에서 활동중인 조각가 박은선(36)씨. 이들의 작품은 신선하고 실험적이며 도발적이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한 정충일씨는 6월 10일까지 부산 동래구 온천1동 수가화랑(051-552-4402)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40여 점의 전시작은 형식부터 파격적이다. ‘상황’ 연작은 두께 15㎝인 캔버스 위에 투명 아크릴 조각을 붙였는데, 캔버스에는 먹으로, 아크릴 조각에는 유성 물감으로 그렸다. 이질적인 두 소재의 만남은 시각적 ‘충돌’에 가깝다.
베를린 예술종합대 대학원에서 이론을, 베를린 미대에서 판화를 전공한 김유섭씨는 6월 6~12일 서울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전시회를 연다.
출품작 40여 점은 한마디로 ‘검은 그림’이다. 120호에서 200호까지 대형 캔버스 화면을 뒤덮은 검고 무거운 안료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빛이 있기 전 혼돈의 암흑 세계를 표현했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3일까지 서울 박영덕 화랑(02-544-8481)에서 열리고 있는 김우영씨의 ‘Just Here’전은 4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뉴욕 시각예술학교 사진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지금도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한 아크릴 판을 컬러 사진 위에 붙인 근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담배 재떨이 가위 등 눈에 익은 사물들은, 그림자 형태로 표현된 탯줄 나뭇가지 가마우지 이미지와 어울려 몽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각이 3차원 공간 속에서 최소한의 형태로 무한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박은선씨의 작품은 매우 모범적이다.
고급 대리석 산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카라라 인근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원기둥 위에 원구를 붙인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의 갈라진 틈은 극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전시회는 6월 1~12일 서울 노화랑(02-732-3558)과 박여숙화랑(02-549-7574)에서 동시에 열린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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