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일 세금은 총 134조8,000억원. 이 천문학적 규모의 나랏돈은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될까.우선 놀랍게도 이 엄청난 돈은 총 직원이 11명에 불과한 재정경제부 국고국 국고과가 전적으로 관리한다. 유재한(柳在韓) 국고과장은 “직원 수는 적지만 국고관련 업무가 완전 전산화돼 모든 나랏돈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철저히 관리된다”고 말했다.
▲50개 부처에 ‘마이너스 통장’식 배정
국고과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들어오는 돈(세입)’과 ‘나가는 돈(세출)’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국민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 세금을 납부하면 이틀 이내에 한국은행 국고계좌로 입금되는데 국고과는 매일 한차례씩 잔액을 점검한다.
또 세금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굵직굵직한 세목마다 납부 기한을 월별로 분산했다. 법인세는 3월말까지, 종합소득세는 5월말까지, 부가가치세는 1, 4, 7, 8, 10월에 내도록 해 세금이 연중 고루 걷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1, 3, 4, 5, 7, 8, 10월에는 세입이 세출보다 크고, 거꾸로 나머지 달에는 세출이 세입보다 많게 된다.
국고국이 예산을 배정하는 곳은 총 50개 부처. 부처마다 분기별 한도를 설정해 주고 다시 매월 초순, 중순, 하순별로 세부 한도를 배정하면 각 부처 지출관들이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예산을 집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건설교통부의 5월 하순 한도가 500억원이라면 건교부 지출관은 500억원 한도 내에서 국고수표를 발행,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각 부처 지출관은 시중 은행에 국고수표를 제시, 송금할 곳을 지정하거나 납품업자에게 직접 국고수표를 교부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한다. 국고수표는 현금과 마찬가지이므로 시중 은행들은 수수료 없이 돈을 내주고, 대신 한국은행 국고계좌에서 해당 금액만큼을 받아간다.
▲국고계좌 잔액 2조원대 유지
국고과의 두 번째 업무는 국고계좌 잔액이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게’ 관리하는 것이다. 유재한 국고과장은 “국고 계좌 잔액이 적정수준(2조5,000억원 안팎)을 벗어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고계좌 잔액이 1조원대로 떨어지면 부족분은 보통 국채를 발행해 충당한다. 국채는 매월 1, 2, 3주 월요일 발행된다. 비상시에는 2조원 한도 내에서 한국은행에서 차입할 수 있지만 워낙 고금리(연 5%)라 실제로 한은 차입이 이뤄진 적은 거의 없다.
잔액이 3조원을 넘어서면 사정은 달라진다. 국민의 세금을 놀려둘 수 없는 만큼 여윳돈의 상당 부분은 환매조건부(RP) 방식 국채 매입에 사용한다. RP방식 국채 매입은 보통 자금 운용기간이 1~3일이고 금리는 5%내외이다.
지난해 국고과는 RP방식 국채 매입을 통해 약 500억원의 수익을 거둬, 기획예산처 장관으로부터 포상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나 투신사 등에 연리 3%의 국채 인수자금을 빌려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한편 한국은행은 평균 2조~3조원이 넘는 국고계좌 잔액에 대해서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이자를 지불해야 하지만, 한국은행법상 한국은행의 이익은 전액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에 번거롭게 이자계산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외환보유고 운영내역은 극비
국고와 달리 또다른 나랏돈인 외환보유고는 철저한 비밀 속에 관리된다.
재경부 국제금융국 신동규(辛東奎) 국장은 “한국은행이 보유한 대외지급수단의 총액인 ‘외환보유고’는 총액(5월15일 현재 934억9,000만달러)만 공표될 뿐 통화별 구성비율이나 투자 포트폴리오 등 세부사항은 대외비”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보유외환의 세부내역은 재경부 국제금융국과 한국은행 외환운영팀의 몇몇 직원만이 알고 있다.
다만 보유 외환이 유동성ㆍ수익성ㆍ안정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대부분 미국 재무성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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