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및 공직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한마디로 앞장서서 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할 세력이 오히려 개혁을 저해하거나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관료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25일 열린 재정경제부 연찬회에서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재경부가 관료화하고 있으며, 대통령까지 관료들의 포로가 돼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조윤제 교수는 “관료들이 정치 민주화, 세계화 및 개방화, 정보화, 냉전시대의 종식 등 4가지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말로만 자율을 외칠 뿐 실제로는 지엽적인 사항까지 간섭하고 있으며, 개방은커녕 자기들끼리 집단화해 외부에 대해 높은 담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현직 장관급 고위 공직자인 김광웅 중앙인사위원장의 관료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그는 개혁주체나 힘있는 기관이 자기의 논리만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되며 자기부터 반성하고 혁신한 후 남에게 개혁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최종찬 전 기획예산처 차관은 비효율적인 공무원 조직이 정부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들은 상식적인 것이어서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사항이다. 하지만 “관료들이 웃분을 편하게 모신다는 미명하에 불리한 정보를 감추는 등 스스로 변하지 않아 개혁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김 위원장의 말이나, “아무도 안 읽을 장관 강연자료를 위해 고급 간부 3명이 토ㆍ일요일을 꼬박 허비한다”는 최 전 차관의 언급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다.
우리가 낸 세금이 이런 식으로 낭비되고 있는가에 대한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4대 부문 개혁 중 정부 등 공공 부문이 제일 미진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가장 먼저 수범해야 할 부문이 그 반대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 바로 개혁이 주춤거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진 념 부총리는 연찬회에서 “권위주의에서 탈피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재경부 직원들의 자율복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관료화와 개혁 부진, 창의성 부족 등이 복장 때문이라는 것인지, 부총리로서의 인식 수준에 의심이 간다.
그의 발언은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차라리 연찬회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농담’ 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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