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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렇게] (21)훌리건과 폭력없는 대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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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렇게] (21)훌리건과 폭력없는 대회로

입력
2001.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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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 레오 레오레’하는 응원가의 열기가 하늘을 찌르기 시작하면 유럽의 각 축구장에는 흥분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열병을 앓는 듯한 표정으로 변한다. 특히 훌리건(축구장 난동꾼, 혹은 과격 축구팬)으로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잉글랜드의 경기라도 있을 경우 운동장은 손만 대면 터질 듯한 긴장에 휩싸인다.어떤 종목보다 국가의 대표성이 강하고 국민을 애국심의 깃발 아래 뭉치게 하는 축구경기에서 질서가 자주 무너지고 폭력사태로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은 아마도 축구에 내재된 이런 피끊는 요소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계축구계는 무질서와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0일 아프리카 가나의 한 축구장에서 발생한 관중간 충돌과 압사사고로 126명이 숨지는 등 최근 한달 사이 아프리카에서만 네번이나 축구장 인명사고가 났다. 지난 해 7월 짐바브웨와 남아공간 월드컵 예선경기에서는 관중들의 난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13명이 숨졌고 작년 5월 잉글랜드에서는 한 훌리건이 기마경찰이 몰던 말에 밟혀 숨지기도 했다.

85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벌어진 리버풀_유벤투스 간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는 양측 팬들이 격돌해 39명이 숨지고 450여명이 부상, 가장 악명 높은 훌리건 참사로 기록됐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은 지난 해 6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폭력사태를 일으킨 훌리건들에 대해 영원히 국내경기 입장을 못하도록 했다. 축구종주국이자 실제로는 세계최고수준의 안전관리 능력을 지닌 잉글랜드이지만 훌리건 때문에 말못할 창피를 당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다급해져 오는 7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04개 전 회원국이 참가하는 임시총회를 열고 축구경기장의 안전규칙에 관해 논의하기로 했다. 무질서와 폭력을 추방하는 일은 이제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화급한 과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축구장은 그동안 훌리건과는 거리가 먼 안전지대였다. 그러나 지난 13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수원과 부산의 아디다스컵 결승 2차전에서 일부 관중이 수원선수들과 심판 및 취재기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빈 병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안심하기만 할 단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무질서, 폭력, 특히 훌리건의 행패와는 거리가 먼 수준 높고 멋진 대회였다는 평을 듣게 된다면 16강 진출 못지 않은 성과가 아닐까.

다음 회에는 이연택씨(월드컵조직위 공동위원장)가 ‘월드컵 D_1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기고합니다.

김기만 대통령 공보비서관 축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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