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왕처럼 살고 있다.” 최근 외국기업 한국지사에 근무했던 한국인 직원이 미국의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보냈던 이메일 제목이다. 호화아파트에 살면서 매일 밤 어마어마한 접대를 받고 있다는 내용으로 천박한 한국금융계 현실이 블룸버그통신 등에 보도돼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물론 그 직원은 사표를 내야 했다.국내 프로야구계에도 유사한 일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1998년부터 프로야구 수준향상을 위해 한국 땅을 밟기 시작한 용병 대접을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용병들도 친구들을 만난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한국으로 가라. 야구수준은 좀 떨어지지만 천국이나 다름없다. 몇 천 달러 밖에 못 받는 멕시칸리그와 달리 고액연봉을 챙길 수 있고 아파트, 자동차 등도 모두 공짜다. 코칭스태프나 심판에게 대들어도 괜찮을 때가 더 많다. 폭행사건에 연루되더라도 실력만 갖추면 구단이 알아서 뒤처리까지 해준다….”
용병 연봉총액을 훨씬 넘긴 고액베팅 끝에 얼마인지도 모르는 어마어마한 돈을 챙긴 삼성투수 갈베스와 지난 22일 퇴출된 동료 파머의 송별회 자리에서 한국인과 주먹다짐을 벌여 불구속 입건된 두산 타자 니일 등이 이런 말을 주고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들이다.
여론을 의식, 일단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켜 놓은 두산은 “구속된 파머가 재판을 받고 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다. 니일의 퇴출설까지 흘러나오고 있지만 결국 벌금을 약간 물게 하는 솜방망이 징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야구계 주변의 관측이다.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사무차장은 “개막전 3~4시간 동안 한국야구와 문화의 차이점에 대해 교육하고 있고, 선수관리는 전적으로 구단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코칭스태프나 구단이 길을 잘못 들이고 있다”며 “용병선수에게 지나치게 잘 대해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야구를 부끄럽지 않게 만들기 위해 구단과 KBO가 힘을 합쳐야 한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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