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실에 대한 부총리님의 인식이 너무 안이합니다.”24일 밤 ‘교육정책,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주제로 한 방송사가 마련한 생방송 토론 프로그램. 한완상 교육부총리는 교사 학부모 대표들과 느슨한 토론을 계속하다 교육현실을 고발하는 한 고3 여학생의 ‘비수’같은 발언에 자세를 바로 잡아야 했다.
“정말 재능만 있으면 고등학교만 나와도 대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사람되기 교육’이 공교육의 중요한 역할이고 교육개혁의 목표라고 하셨는데 입시에 찌든 학교 현실이 어떤지 알고 하시는 말씀인가요.” “불이 났으면 먼저 불을 꺼야죠. 불이 어떻게 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방청석에 앉아 있다 마이크를 잡은 박수경(18ㆍ고3)양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반박하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한 부총리는 “‘사람되기 교육’이 안 되는 것은 대학서열주의와 ‘나홀로 출세주의’때문이지, 교육개혁의 ‘큰 틀’은 옳습니다”며 예봉을 피해 나갔다. 그러나 이쯤에서 논박이 끝날 것이라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그럼 차라리 학벌중심주의 타파 캠페인이라도 하시죠.” 박양의 항변에는 ‘이해찬 1세대’의 피해의식과 한 부총리가 교육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답답함이 짙게 깔려 있었다.
한 부총리는 “온 국민이 힘을 모아 학벌중심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답변으로 논쟁을 가까스로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한 부총리는 인터넷 공간에서 박양과 같은 학생들의 집중적인 공박에 시달리고 있다.
“캠페인으로 학벌지상주의를 없애려면 100년은 걸리겠습니다. 무책임하네요.”“현장은 불구덩이인데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시나요.” “교육철학도 시행착오도 다 옳은 말이지만 정책실험의 대상이 된 학생들은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하죠.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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