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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 꽃을 든 남편이 되고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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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 꽃을 든 남편이 되고싶소

입력
2001.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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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에게.초여름 날씨에 혼자 두 아이를 키우고 있을 당신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뿐인 것 같아. 경찰관의 아내로서 혼자 넉넉지 못한 봉급으로 가정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당신에게 이렇게 펜을 들었소.

육지에 있을 때 경찰생활을 하는 남편을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정성스럽게 아침식사를 만들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볼 때가 그립구려. 얼마 남지 않은 이 곳 생활도 당신과 아이들이 항상 마음 속에 같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힘들지만 잘 견디고 있는 것 같아

그래도, 항상 마음이 아픈 일은 당신과 우리 아이들이지. 5월은 가정의 달이라며 아이들과 놀이공원 유원지등에 가 함께 놀아줄 시간에 이 곳에서 당신과 아이들의 목소리만 들어야 했던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구려.

큰앤 파출소 근무, 둘째는 이 곳 독도경비대 근무 때문에 사랑스러운 두 아이들이 태어날 때 당신 곁에 있어 주지 못한 날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해.

다른 남편들은 장미꽃다발 들고 병원에 찾아가 아내를 위로해주고 고생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아내들의 고통이 없어지지만 난 그렇게 해주지 못한 것이 한스럽구려. 그래서, 항상 생각하지만 난 당신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가 될 자격이 없는 것 같아.

그러나, 이 한 가지만은 알아주구려. 우리들의 가정도 나에게는 소중하지만 경찰관으로서의 이 곳 독도에서의 근무가 나에게도 소중한 곳이고 남다른 사명감과 긍지로 근무하고 있어.

바람, 물, 외로움과의 전쟁이 힘들지만 집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니 항상 위로가 되고 있어. 나 자신보다 당신을 위로해주기 위해 당신 곁으로 갈 땐 장미 한 다발을 싸들고 ‘꽃을 든 남편’이 되어 당신을 위로해 주고 싶구려.

사랑하는 당신.

마지막으로 나는 당신에게 소중한 남편이 될 것이오. 또 육지에 같이 있었을 땐 항상 웃던 당신이 내가 이 곳으로 발령 받고 온 후론 웃음을 잊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팠지만 이젠 몇 개월 있으면 같이 있을 수 있잖아. 집으로 가면 내가 평생 웃음을 되찾아 주리다.

그럼 만날때까지 건강 조심하구려.

독도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2001. 5. 23

/李康雨 경북경찰청 독도경비대 순경

*경북경찰청 울릉경비대 소속인 이강우 순경은 지난 해 8월부터 2개월 간격으로 세번째 독도 파견근무중이다. 독도에는 경찰관 40여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들은 월 1회 해경 함정이 실어온 부식으로 생활한다.

식수는 바닷물을 끌어올려 조수기로 염분을 거른 물을 이용한다. 파견기간의 외부 출입은 차단되지만 지난 해 하반기부터 보급된 인터넷으로 외부 소식을 접하고 있다.

경비대원들은 울릉도와 독도를 번갈아 2개월 간격으로 근무하는데 울릉도로 나오면 1주일의 휴가가 주어진다. 이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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