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냐 환경이냐’를 놓고 2년여 동안 치열한 논란을 불러왔던 새만금 사업에 대해 정부가 ‘개발 확정 판결’을 내렸다. 정부가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면서 당초의 사업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순차 개발론을 채택한 것이다.정부로서는 1조3,800여 억원이 투입돼 공사의 60% 이상이 진척된 국책사업을 중도에서 포기할 수 없고, 그렇다고 농업용수 기준치에도 못 미치는 만경강의 수질 상황을 외면할 수도 없어 이 같은 절충안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방조제가 완공되면 갯벌도 죽고 수질오염도 심각해진다”는 반대론자들의 격렬한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환경관련 위원회에서 사퇴하면서 시민단체와 연대해 전면 무효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 사업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공사를 중단할 경우 토석 유실로 갯벌도 잃고, 농지도 잃게 된다”며 사업 계속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순차 개발론은 방조제를 완공하되 수질이 양호한 동진강 유역을 먼저 개발하고, 만경강 유역은 수질 기준을 충족시킨 뒤 추진, 여의도에 140배에 달하는 농지를 얻어 200만 전북도민이 9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발이 일시 보류되는 만경강 유역의 경우 해수를 유통시키기 때문에 갯벌의 기능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환경단체들의 대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한다. ‘즉각 중단 후 대안 모색’에 대해 “2년여 동안 공동조사는 물론 공개토론회까지 거쳤다”며 “하루에 2억원씩 쏟아붙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는 국론분열과 국민부담만을 야기한다”고 일축했다.
방조제가 없는 부분에 다리를 놓아 도로로 쓰자는 반대론자의 대안과 관련, 1조원 이상의 돈이 드는 등 경제성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새만금 사업의 쟁점인 수질과 갯벌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한다. 재원 마련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감안, 하수도 정비 등을 위해 2011년까지 1조1,000억을 투입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전주권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난개발 우려에 대해서도 자연녹지 등으로 대체 지정, 오염원을 차단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정부는 갯벌 상실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앞으로 대규모 간척사업은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전국의 갯벌을 조사, 쓸모 없는 지역을 제외하고 모두 습지지역으로 지정 보호하고, 불가피하게 갯벌을 개발하게 될 경우 같은 크기의 대체 갯벌을 마련토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환경단체들을 쉽게 설득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환경단체들은 특히 방조제가 완공되면 갯벌은 죽고 유역 내 적조발생 가능성이 많아 수질환경이 급격히 악화한다고 주장한다. ‘생명과 환경’을 앞세우며 여론몰이에 나설 환경단체에 맞서 정부가 계획대로 순차 개발론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새만금 재추진까지
새만금 사업 재추진이 결정되기까지의 지난 2년1개월은 진통과 논란의 연속이었다.
정부는 1년2개월간 민관 합동조사 실시와 2차례 공개토론회 개최, 3차례 결정 연기 등 사회적 합의도출을 위해 전례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개발이냐 환경이냐’는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최종 결정이 있은 25일 물관리 정책 민간위원회에서조차 일부 위원들의 강력한 반발이 계속됐다.
정부는 시화호 오염을 계기로 환경 단체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1999년 4월 새만금 사업추진을 잠정 중단했다.
1조원이 투입돼 제방공사의 60%가 진척된 상황이었다. 30명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조사단은 수질과 갯벌 등을 조사, 지난해 6월 정부에 보고서를 냈다.
정부는 보고서가 사업추진 여부에 대한 결론없이 수질기준 미달시 보완대책을 강구토록 권고한 점을 들어 수질대책을 추가, 사업을 재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정부는 조사에 참여한 일부 민간 전문가들이 반대에 가세하자, 지난해 말까지 결정하려던 방침을 바꿔 올 2월 하순으로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2월 중순 정부가 시화호의 담수화 포기를 선언하자 “새만금도 제2의 시화호가 될 수 있다”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여기에 환경부가 만경강 수질 기준치 미달 문제를 지적하는 등 정부 부처간 이견이 드러나 3월 하순으로 최종 결정이 재차 연기됐다.
정부는 수질이 양호한 동진강을 만경강과 분리, 우선 개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지만,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어 또다시 결정이 미뤄졌다.
이달 들어 있었던 공개토론회서도 찬반 양측의 입장차만을 확인했고, 토론회 결과를 평가하는 평가회의도 “합의점 도출도, 대안 마련도 어렵다”는 건의서를 냈다.
결국 정부는 “국론분열과 국력낭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환경단체들의 입장을 최대한 수용 하는선에서 최종 결론을 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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