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의지한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차인홍(42ㆍ미 오하이오주 라이트주립대 교수)씨가 국내 장애인 음악가와 함께 연주회를 갖기 위해 26일 아침 귀국한다.오는 29일 오후 8시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열리는 ‘사랑의 음악회’에서 그는 무릎에 바이올린을 얹은 채 휠체어를 타고나와 구리시 교향악단을 지휘하고 바이올린도 연주한다.
함께 협연하는 시각장애 클라리넷 연주자 이상재(중앙대 교수), 지체장애인 테너 최승원, 첼리스트 이종현(대전시향 수석)씨,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15ㆍ계몽중 3년)양 등도 모두 장애인이다.
이 음악회는 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소리’ 인터넷 방송(www.voc.or.kr)과 한국시각장애인협회가 공동주최하는 국제 시각장애인 초청 축구대회(29일~6월2일 송파 장애인 축구장)의 축하공연으로 마련하는 행사다.
장애인 음악가들이 국내 처음으로 모여 인간승리를 선언하는 자리일 뿐 아니라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사비를 털어 여는 행사다.
갓난아기 때 소아마비로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차 교수가 음악을 만난 것은 대전 성세재활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바이올린을 배우면서부터.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과 장애로 우울한 소년기를 보내던 그에게 음악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그는 부인의 헌신적인 노력 속에 두 차례 미국 유학으로 바이올린 석사와 지휘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내에 있을 때는 베데스타 현악사중주단(1976~1982)과 대전시향 악장(1991~1996)으로 활동했다.
현재 학생을 가르치고 악단을 지휘하는 라이트주립대는 장애 학생이 500명, 장애인 교수가 50명이나 될 만큼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완벽한 학교로 유명하다.
그의 소망은 라이트주립대에 한국인 장애학생을 위한 장학기금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독지가들을 만날 계획이다.
“저도 그랬지만 장애인은 자신감을 갖기 어렵지요. 그러나 뭐든 열심히 하고 실력을 갖추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는 오하이오주 데이튼에서 부인 조성은(41)씨, 두 아들 진(14)ㆍ용(11)군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사랑의 소리’ 방송이 제정한 제 1회 ‘자랑스런 장애인 가족상’ 수상자로 선정돼 28일 저녁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국제 시각장애인 축구대회 환영리셉션에서 상을 받는다.
여기에는 이번 음악회 출연자 외에 지체장애인인 심재철 의원(한나라당)도 참여해 색소폰 연주로 축하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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