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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살리기 3步 1拜 수경스님 "환경운동과 수행 서로 다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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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살리기 3步 1拜 수경스님 "환경운동과 수행 서로 다르지 않아"

입력
2001.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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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步) 1배(拜)는 탐(貪ㆍ탐욕) 진(瞋ㆍ성냄) 치(痴ㆍ어리석음), 인간의 3독을 씻는 상징적 행위입니다.”24일 새만금 갯벌을 살리자며 서울 명동성당에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까지 세번 걷고 한번 절하는 3보 1배를 행한 수경(收耕ㆍ52) 스님은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새만금 갯벌 살리기 운동은 바로 인간의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가치관을 치유하는 몸짓이라는 뜻이다.

비록 처음 의도했던 청와대까지의 3보 1배는 경찰의 차단으로 못했지만 그는 “생명파괴 문화에 대해 모든 국민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 공동대표인 그는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데모의 ‘데’자도 몰랐던 산골 중”이었다.

그는 30여년간 어떤 행정적 소임도 맡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해온 선방 수좌로 산문에서 이름높았다.

하안거 동안거 결제기간은 선방을 지켰고, 결제가 끝나면 전국 사찰을 떠돌던 그가 속세로 내려온 것은 지리산댐 건설 문제 때문이었다.

지리산 실상사에서 머물다 지난해 봄 다시 선방을 찾아 떠나려던 그를 절친한 도반인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이 질타했다고 한다. “지리산의 수많은 생명이 죽는 문제인데 방관만 할 것이냐. 양심도 없느냐.”

도법 스님을 거들자고 나섰던 지난 1년 동안 그는 어느덧 불교계 환경운동의 중심 인물이 됐다. 지난해 8월 발족한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의 공동대표로 사실상 지리산댐 건설 백지화를 이끌어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에서 다섯 시간 동안 참회의 순례를 했지만 피곤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늘 하는 절인데 힘들지는 않다”며 웃음진 그는 이날 저녁 남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26일 오후 1시 지리산 달궁에서 열리는 ‘지리산 위령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종교계와 노동 여성 문화예술계의 100여 단체가 참가하는 지리산 위령제는 한국전쟁 당시 숨진 민간인, 빨치산, 군인 등 좌우를 막론한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는 행사다.

지리산의 맺힌 한을 풀고 화해의 시대를 열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수경 스님은 위령제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법 스님과 함께 ‘지리산 공부모임’도 만들었다.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에서 한국전쟁까지의 역사를 탐구할 계획이다. 산문을 나서 속세에 들어선지 1년, 그는 “세상 모든 일들이 나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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