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회사 칼라일 그룹의 한국계 서울사무소 직원이 ‘왕’처럼 살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한국이 ‘봉’이었기 때문이다.올해 23세의 젊은이가 해외 친구들에게 보냈다는 ‘왕 같은 생활’이라는 제목의 e메일 내용이 그대로 말해준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대형 아파트에서 한국의 여러 은행 임직원에게서 거의 매일 골프와 저녁 술대접을 받으며 왕처럼 살고 있다” “포르쉐로 출근하고, 매일 평균 3명의 여자에게서 밤을 같이 보내자는 제의를 받고 있다.”
아무리 큰 돈을 주무르는 외국 투자회사 직원이라고 하지만 미국이나 서구 일본 같은 곳에서도 이렇게 제왕적 호사가 가능한 일일까.
역시 이것은 전근대적 지하 접대문화와 인맥-연줄 의존형 비즈니스, 거기에 금융 사대주의까지 스며들고 있는 한국적 상황인 것이다.
국제적 망신살이까지 뻗친 이런 치부는 두 말할 것 없이 해당 은행들이 먼저 자괴해야 할 일이지만,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고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공적자금을 흥청망청 접대비로 써대는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 이를 방치 방관하는 정부와 사회의 감시망, 금전만능과 쾌락 풍조에 더해 무분별한 외국 선호에 빠져드는 빗나간 젊은이들…. 이 모두가 우리 사회에 엄존하는 타락과 방종의 자화상인 것이다.
가장 개탄스러운 것은 환란의 경험에서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의 실천이 시급한 국내 은행들이 여전히 겉돌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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