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내음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 게다가 영양까지 갖췄다면….가족의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데는 초여름 야채요리가 그만이다. 볕이 좋아 모든 생물이 싱싱하게 자라는 초여름에는 싱싱한 야채가 많다. 초여름 야채는 비타민과 미네랄까지 풍부해 맛과 영양의 조화를 줄 수 있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서양의 초여름 야채를 이용한 요리로 가족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보자.
재료가 귀해 귀족들만 찾았다고 하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허브, 펜넬 등은 모두 서양의 대표적인 고급 야채. 이 야채들을 데치고, 볶고, 밀가루 반죽에 묻혀 튀기는 과정을 통해 갖가지 응용요리가 나온다. 흔히 먹는 야채요리와 다른 독특한 향취와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스파라거스는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서양에서는 봄과 초여름에 꼭 한 번은 먹어야 할 요리로 손꼽힌다.
씹히는 맛과 풍부한 향미로 그리스, 로마시대 때부터 즐겨 온 역사가 깊은 식재료다. 특히 녹색 아스파라거스는 아무 때나 재배가 가능하지만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초여름에만 맛을 볼 수 있어 더 귀하게 친다. 엽록소가 생기지 않도록 햇빛에 노출시키지 않아 부드럽고 단 맛이 더 진하다.
찜, 볶음, 수프 부재료 등으로 다른 재료와 함께 먹기도 하지만 삶은 뒤 양념 없이 먹으면 은은한 향과 순한 맛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왜 ‘서양귀족의 야채’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되는 고급스러운 맛이다. 이달 말까지 웨스틴조선호텔 나인스게이트를 가면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수프와 농어구이 허브 비네그렛 등의 세트 메뉴를 맛볼 수 있다. (02)317-0366.
화원이나 동네 꽃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브 역시 최근 부각되고 있는 초여름 고급 야채. 허브의 향과 약초 기능만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허브 잎으로 만든 튀김을 한 번 맛 볼 것을 권한다.
향기 뿐만 아니라 약간은 씁쓸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박하향 비슷한 첫 느낌에 고수의 향채가 끝 맛으로 입안에 여운을 남긴다.
허브의 강한 향이 싫다면 피클이나 샐러드에 넣어서 먹어도 제 맛이 난다. LG강남타워 양식당 오리옥스에서는 허브를 이용한 세트메뉴를 판매 중이다. (02)2005-1009.
우리말로는 ‘회향풀’이라고 부르는 펜넬의 경우, 향이 세기 때문에 볶거나 삶아서 먹어야 한다. 남유럽이 원산지이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재배하고 있다.
펜넬은 종자, 잎, 줄기, 뿌리 등 어느 부분을 씹어도 강렬한 향을 느낄 수 있어 요리를 할 때 전부를 이용할 수 있다.
진한 향이 괜찮다면 조리하지 않은 채로 씹어 봐도 된다. ‘아삭’ 소리를 내며 입안에 감도는 상큼한 맛이 이국적이다.
입안의 냄새 제거 효과도 있다. 향이 조금 강하다고 느끼면 샐러드에 조금만 넣어서 먹어 보자. 독특한 향취를 느낄 수 있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제외하고 허브와 펜넬은 국내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일반 야채보다 약간 가격이 비싸지만 독특한 풍미를 느끼는 비용으로는 부담이 적은 편. 대형 유통점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허브 1팩, 100g에 1,500원, 펜넬 1개에 약 800원이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모두 수입품이어서 조금 비싸다. 3kg에 11만 8,000원 정도 한다.
오리옥스의 이권복 주방장은 “야채끼리 혹은 고기나 해물과 함께 요리하면 매일 먹는 반찬에 색다른 맛을 더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호텔급 양식당을 중심으로 아스파라거스, 허브, 펜넬을 이용해 영양과 상큼한 맛까지 갖춘 별미 요리로 선보이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재료만 갖추면 집에서 갖가지 부재료와 섞어 독특한 고급요리로 만들어 볼 수도 있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이용한 건강식 야채 요리
재료/화이트 아스파라거스 120g, 올리브 50g, 병아리 콩 50g, 체리 토마토 6개, 양파 150g, 백포도주 100㎖.
만드는 법/ 병아리 콩은 양파와 베이컨에 넣어 같이 삶아 놓는다→체리 토마토를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겨 놓는다→ 양파와 백포도주, 양파퓨레를 넣어 약한 불에 약 2시간 끓여 믹서기로 곱게 갈아 놓는다→아스파라거스를 실로 묶어 4분 정도 삶는다→모든 재료를 볶아 깊은 접시에 담고 양파 퓨레를 위에 얹는다.
▦허브 튀김과 왕새우 구이
재료/ 라임, 로즈마리, 베이질, 세이지, 딜 등 각종 허브 1잎씩, 왕새우 4마리, 허브 다진 것 10g, 고추소스 30㎖, 병아리 콩 30g, 밀가루 20g, 전분 20g, 우유 10㎖, 계란 흰자 1개.
만드는 방법/ 밀가루, 전분에 우유와 계란 흰자를 섞어 거품기로 쳐서 반죽 옷을 만든다→반죽옷에 모든 재료를 넣고 거른 뒤 허브 잎에 반죽을 묻혀 기름에 튀긴다→새우를 프라이 팬에서 굽는다→고추소스를 양파, 마늘과 함께 볶다가 백포도주를 넣어 30분간 끓인 뒤 고운 체에 거른다→허브 다진 것을 새우에 뿌리고 소스를 두른 후 튀긴 허브잎에 곁들인다.
▦펜넬과 조개 관자요리
재료/조개 관자 6쪽, 사과주스 100㎖, 식초 30㎖, 사이다 30㎖, 펜넬 100g, 비트 50g, 백포도주 50㎖, 양파 다진 것 10g, 사과 100g, 치킨스톡 50㎖.
만드는 법/ 사과와 펜넬의 껍질을 벗겨 동전 모양으로 자른다→관자를 레몬주스에 담가 놓는다→사과식초소스(식초+사과쥬스+사이다)를 넣어 양이 1/3로 줄 때까지 졸인다→백포도주를 넣은 닭국물에 펜넬과 사과를 넣어 삶는다→비트는 곱게 썰어 튀긴다→관자는 구워서 놓는다→접시에 보기 좋게 담는다.
/도움말=LG강남타워 양식당 오리옥스 이권복 주방장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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